대법 “노후차 합선으로 화재 시 차주가 배상해야”

입력 2021-08-01 13:42 수정 2021-08-01 13:59

노후 차량에서 절연 부품이 고장나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해당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차주에게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가 화재 차량 주인 B씨와 B씨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2018년 3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터에 주차돼 있던 B씨의 차량에서 불이 나며 옆에 주차된 A씨의 차량에까지 불이 옮겨 붙었다. B씨의 차량은 2001년 12월 생산돼 2013년에 이미 누적 주행거리가 100만㎞를 넘은 노후 차량이었다.

A씨는 화재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B씨와 B씨의 보험회사에 수리비 지급을 요청했지만, 보험사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를 근거로 거절했다. 국과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B씨 차량의 절연이 끊어져 합선된 것이 화재 원인”이라고 분석했고, A씨는 “B씨가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며 B씨와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씨 측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B씨와 보험사가 함께 A씨에게 차량 수리비 1억6000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보험사에는 500만원의 위자료 지급도 명령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 차량이 노후 차량이기는 하나, 노후화로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구체적인 사정이나 자료가 없다”며 1심 판결 중 B씨와 보험회사의 패소 부분을 취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뒤집혔다. 노후 차량은 위험성이 커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안전관리 조치의 기준이 높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노후 차량은 전기장치의 결함에 대한 별다른 방호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위험이 현실화해 결국 화재를 일으켰다”며 “B씨 차량의 보험사와 B씨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도 원심이 달리 판단한 것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