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 명을 돌파했다. 팬데믹 발생 후 최대치다. 미국 전체 신규 확진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곳에서 발생할 정도로 확산세는 심각하다. 미 언론은 플로리다가 바이러스의 새로운 진원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플로리다의 의료 시스템 마비까지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를 거부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이 정치화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코로나 핫스폿 플로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1683명 발생했다. 최악의 팬데믹 상황으로 평가되는 지난 1월 7일 1만9334명보다 2000명 이상 많다. 전염병 확산 절정 때보다 10%나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플로리다에서 신규 확진자는 지난 29일 1만7093명, 30일 1만7589명으로 연일 증가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입원 환자 증가다. 뉴욕타임스(NYT)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지난 2주 동안 하루 평균 입원환자 발생이 10만 명당 3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마이애미 잭슨 메모리얼 병원 중환자실 병상은 모두 채워졌고, 50개 추가 병상이 있는 새 병동이 지난주 문을 열었다. 이 병원에는 232명의 환자가 있는데, 병원 측은 최근 입원이 급격히 증가해 방문자 제한조치도 실시했다.
플로리다 중부 최대 병원 시스템인 어드벤트헬스에는 1000명가량의 입원환자가 보고됐는데, 이 중 93~95%가 백신 비접종자였다.
토머스 보서트 전 트럼프 대통령 국토안보보좌관은 “플로리다가 최근 확산세를 완화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앞으로 3~4주 의료 시스템 과부하에 대비한 병상 조정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우려했다.
델타 아닌 새 변이마저 상륙
플로리다에서는 콜롬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B.1.621)도 발견됐다. 델타 변이에 이은 또 다른 변이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앤드류 페코즈 교수는 “플로리다 남부의 잭슨 헬스 시스템 의사들이 지역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서 콜롬비아 변이를 확인했다”며 “전체 환자의 약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페코즈 교수는 “이 변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몇 주 동안 관찰해야 한다”며 “남미와 마이애미 사이 관광객 교류 급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콜롬비아 변이는 지난 1월 처음 보고됐으며 현재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한 변이로 분류돼 있다.
마스크 지침 등 방역 대책은 엇박자
보건당국의 방역지침 강화 권고에 동참하는 민간 기업은 늘고 있다.
유명 테마마크인 디즈니월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시월드 등은 방문객들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CDC 방역 강화 지침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특히 디즈니 측은 현장 근무 직원들에게 60일 이내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재택근무 직원도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노조와 이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모든 신규 직원은 근무 전 완전히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반면 드샌티스 주지사는 CDC의 마스크 착용 의무 지침 권고를 거부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마스크가 학교에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다는 증거가 없다”며 “나와 아내, 그리고 3명의 아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들이 즐겁게 지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델타 확산에 백신 접종률은 증가
한편, 최근 델타 변이 확산은 정체돼 있던 미국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신 접종률 저조로 코로나19 확산이 가팔랐던 지역들에서 백신 접종이 증가하고 있다.CDC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기준 하루 평균 백신 접종 수치는 지난 27일 53만5000회로 지난 8일 43만1000건에 비해 10만4000건 증가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자료를 보면 지난 28일 앨라배마 접종건수(최근 일주일 기준 하루 평균)는 1만732건으로 지난 7일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아칸소(8676건), 미주리(1만3103건)도 같은 기간 모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전체 접종률이 각각 35%, 37%, 41%로 미국 전체 평균(49.5%)보다 낮은 곳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규 접종자들이 그동안 백신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접종을 미뤄왔던 층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변이로 큰 타격을 입은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싸우는 데 필요한 수치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