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제주 해수욕장이 엉망이 됐다는 기사가 나왔죠. 버려진 돗자리와 컵라면, 각종 일회용품 쓰레기로 가득찬 해변의 모습도 충격이었지만, 과연 여기만 이럴까 생각하니 더 안타까웠습니다. 여행지에서도 ‘제로 웨이스트’나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있을까요? ‘막상 하려니 귀찮다’는 생각만 버리면, 친환경 여행 팁 실천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올 여름 휴가, [에코노트]와 함께 떠나보면 어떨까요.
무심결에 쓰던 어메니티… 개인 세면도구는 기본
호텔에 비치된 다양한 비품을 어메니티라고 하죠. 이런 편의용품은 여행에 기분을 더해줄지는 몰라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 냅니다. 칫솔, 치약, 샴푸, 린스, 비누, 바디워시, 빗, 샤워타올. 집에서 이정도만 챙겨가도 숙소에서 일회용품 뜯을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샴푸 같은 욕실 제품은 작은 통에 소분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액체가 샐까봐 걱정된다면 비누 형태의 ‘샴푸바’나 ‘린스바’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고체 샴푸는 원하는 만큼 잘라 담을 수 있고, 구입할 때 포장 쓰레기가 덜 나와서 ‘그린 컨슈머’들에게 인기랍니다. 그밖에 화장솜은 빨아서 쓰는 천연소재로, 면봉은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면봉으로 덜어가는 걸 추천합니다.
텀블러 하나면 생수도 해결
지난해 제주 환경단체가 수거한 해안 쓰레기 중 가장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 제품은 ‘삼**’ 생수병이었습니다. 그만큼 여행지에서 생수병이 많이 버려진다는 거지요.
텀블러는 주로 카페에서 커피 마실 때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나만 들고 다니면 여행 내내 물병으로도, 커피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숙소에서 물을 담아서 나오면 굳이 생수를 살 필요가 없고, 코로나 때문에 종이컵을 쓰는 식당에서도 유용합니다.
제주도에선 텀블러를 준비해오면 식용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지구별 약수터’ 캠페인이 진행 중입니다. ‘지구별 약수터’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은 100여개 카페에서 생수를 얻을 수 있는데요, 카페 위치는 구글맵(https://url.kr/yhpuvf)이나 제주공항에 비치된 팸플릿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텀블러를 챙겨 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제주 텀블러 공유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보증금 1만5000원에 최대 7일간 대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 (반납 시 보증금은 돌려줍니다)
제주도의 스타벅스 중 △제주서해안로DT점 △제주애월DT점 △제주칠성점 △제주협재점도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컵을 대여해주는 시범매장을 운영 중이니 참고하세요.
천가방, 손수건, 개인 수저… 다회용기도 적극 활용
평소 장 보러갈 때 장바구니를 챙기듯이 여행지에서도 천가방은 필수 입니다. 보통 에코백이라고 불리는 천가방은 무게도 가볍고 둘둘 말아 보관할 수 있어서 여행 가방에 넣기에 부담이 없죠. (천가방이 마땅치 않다면 쓰고 남은 종이 쇼핑백을 챙겨보세요.) 또 손수건을 챙겨가면 햇빛 가리개로도, 물티슈 대신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수저나 다회용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괜히 번거롭고 짐만 될 것 같지만, 막상 가져가면 의식적으로 일회용품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선 이동하면서 먹다 남은 간식을 담을 간식통이 필수이지요.
사실 여행지에선 즉흥적으로 물건(혹은 음식)을 살 때가 많아서 조금만 방심해도 일회용품이나 비닐봉투가 손에 한가득 들려있기 일쑤지요. 조금은 적극적으로 ‘일회용 수저는 빼달라’거나 ‘비닐은 괜찮다’고 말해 보세요.
집 떠나기 전 콘센트 뽑기… 냉장고 음식물도 체크
짐을 다 쌌다면, 집 떠나기 전에 한번 둘러보세요. 환경을 위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는 것이죠. 특히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한 셋톱박스, 스탠드 에어컨, 오디오 스피커, 전기밥솥 같은 대기전력이 높은 제품의 플러그는 꼭 빼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입니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식재료를 한가득 버리지 않도록 냉장고도 미리 체크해보세요. 유통기한이 촉박한 제품은 없는지, 식재료가 잘 보관돼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스트레스 풀려고 가는 여행인데 이렇게까지 신경써야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어야 ‘지속 가능한 여행’도 있는 것 아닐까요. 올 여름, 휴가를 떠나신다면 우선 딱 하나부터라도 행동에 옮겨보시길 바랍니다. 제로 웨이스트의 핵심은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노력 그 자체니까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