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종목 석권 무산에도 ‘금 4개’…여전했던 韓양궁 위력

입력 2021-07-31 16:34
김우진이 31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8강 경기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양궁대표팀이 목표로 잡았던 올림픽 2회 연속 전 종목 석권에 실패했다. 남자대표팀의 김우진이 아쉽게도 개인전 메달을 놓치면서다. 그러나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며 변함 없이 세계 최강의 힘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또 나이가 어린 막내 선수들이 매서운 활약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양궁의 미래를 밝혔다.

김우진(29·청주시청)은 31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8강에서 당즈준(대만)에게 세트 스코어 4대 6(28-28 27-29 28-27 28-28 27-28)으로 져 대회를 마쳤다. 앞서 한국은 김제덕과 오진혁이 각각 32강에서 조기 탈락하면서 김우진만 개인전 메달 도전을 이어갔다. 다만 김우진이 이날 8강에서 패하면서 한국의 남자 개인전 메달 도전도 마무리됐다.

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이 31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8강 경기가 끝난 뒤 김우진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진은 8강전 패배 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대회 기간 내내 양궁경기장을 찾아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했던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은 고개 숙인 김우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국은 5개 종목이 열린 이번 대회에서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잡았다. 신설된 혼성단체전에 이어 남녀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총 4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남자 개인전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양궁은 5년 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대회에선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 4종목이 열렸는데, 한국은 총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안산, 강채영, 장민희로 구성된 여자 양궁대표팀이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그래도 도쿄올림픽은 한국 양궁의 힘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린 대회였다. 오진혁과 김우진, 김제덕이 조화를 이룬 남자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강채영과 안산, 장민희는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 한국의 대회 9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김제덕. 도쿄=김지훈 기자

신궁 후예들의 당돌한 도전도 돋보였다. 남녀 대표팀 막내인 안산과 김제덕은 올림픽 사상 처음 도입된 혼성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17세 고교생 김제덕은 쟁쟁한 실력파들이 대거 출전한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매 경기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여자 대표팀의 안산이 금메달 3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안산은 한 발 더 나아가 여자 개인전 우승까지 일궈내며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스무 살의 나이에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에 올라 추후 양궁계를 이끌 적임자로 올라섰다. 또 안산의 3관왕 등극으로 한국 양궁은 역대 올림픽 여자 종목에서 나온 22개의 금메달 중 18개를 휩쓰는 결과물을 얻었다.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는 끝났지만 한국 대표팀은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한다. 신구 조화를 이룬 한국 양궁은 3년 뒤 열릴 2024 파리올림픽에서의 전 종목 석권을 다짐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