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박 전 시장이 성희롱했다고 판단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오히려 “2차 가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행정소송을 통해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 정도가 인권위가 발표한 내용보다 더 심각하고 중한 것이었음이 인정되길 바라본다”고 했다.
박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 A씨의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 제기는 법치국가에서 시민에게 인정된 권리”라고 운을 뗐다. 그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소송을 제기할 자유가 있다”며 “법에 정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공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측면에서 법적 절차를 회피하고 죽음으로 피해자의 법적 권리 주장을 봉쇄한 자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소송을 통해 판단을 받아 보겠다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 김 변호사는 “박 시장 측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소 제기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소송 제기 자체가 2차 가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망한 박 시장이 방어권 행사할 수 없음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인권위가 조사 판단하는 바람에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최소한만 인정된 아쉬운 결정이었다”고 한 김 변호사는 “오히려 행정소송을 통해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가 인권위가 발표한 내용보다 더 심각하고 중한 것이었음이 판결문 한 단락을 통해서라도 인정되길 바라본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의 일부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행위 발생 당시 A씨에게서 이를 들었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 진술, A씨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고려해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의 유족은 지난 4월 인권위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위가 왜 그렇게 황당한 일을 무리하게 강행했는지 행정소송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