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부끄럽다” 안산 숏컷논란에 목소리내는 남자들

입력 2021-07-31 02:00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 3관왕에 오른 여자 양궁 선수 안산(20·광주여대)을 향한 남성들의 응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남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진 ‘안산이 남성을 비하했다’는 억측에 대한 대항적 성격이다.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은 30일 트위터에 온라인에 퍼진 안산 논란을 헛소리로 규정했다. “마지막 한 발까지 담대했던 표정.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며 감동한 박 시장은 “그 어떤 헛소리도 귀에 담지 마시라”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당신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안산에 대한 비판을 악플로 치부했다. 하 의원은 “올림픽 보이콧 주장이나 악플에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청년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준 안산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응원했다.



남성 아나운서인 강승화 캐스터는 이날 안산의 개인전 금메달이 확정된 뒤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의 선수, 그 자체를 보고 계신다”며 “그 어떠한 시련도, 외부의 어떠한 바람도 이겨내는 안산 선수에게 존경의 마음 보내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온라인발 논란에 대해 안산 편에서 지지 목소리를 냈다.

배우 김기천은 전날 트위터에 “숏X이 세상을 망친다”라는 짧은 글로 일부 네티즌이 안산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트집 잡는 것에 대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X’는 남성의 성기를 비하해 이르는 말이다. 짧은 시간 안에 1만5000번에 달하는 리트윗(퍼나르기)가 되는 등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인 30일 김기천은 트위터 계정을 닫아버렸다.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범잡’에 출연한 김상욱 교수도 29일 페이스북에 숏컷 스타일로 유명했던 배우 오드리 햅번의 사진과 함께 “여성 ‘숏컷’이 유행할 조짐이다. ‘숏컷’으로 아름다운 여배우를 꼽으라면 오드리 햅번을 빠뜨릴 수 없다. 자선과 기부로 말년을 보낸 진정 아름다웠던 사람이다. 오드리 햅번의 명언이라는데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며 안산 논란에 조용한 일침을 놨다.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머리가 짧다는 것이 이유가 돼 비난이 시작됐다는 믿기 어려운 상황에 미안할 따름”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도 경기 외적인 이슈로 마음이 상했을지 모르는 안산에게 직접 전화해 격려했다. 정 협회장은 먼저 협회 부회장에게 격려 전화가 부담이 되지 않는지 확인까지 했다고 한다.

30일 대표적 남초 커뮤니티로 알려진 곳에서도 안산 논란이 억지에 가깝다는 비판이 항명처럼 이어졌다. 한 네티즌이 안산의 짧은 헤어스타일과 과거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한 표현, 출신 대학, 응원하는 가수와 배우, 작가 등을 문제 삼으며 ‘안산은 페미니스트이며, 남성 혐오자다’라는 식의 비판 글을 올리자, 이에 10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중에는 “억지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남성 혐오라는 근거 대부분이 동감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안산 선수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소식을 받는 행위)했다고 하는 이른바 ‘페미 배우’의 팔로우 수가 200만이 넘는다. 나 역시 그 배우를 팔로우했다. 그렇다면 나를 포함한 200만 네티즌이 다 남혐이냐”고 비꼬았다. “안산 선수가 응원하는 가수를 나도 응원하는데 그럼 나도 남페미냐” “여초에서 많이 쓰는 용어에 그냥 남성 혐오를 붙인 것 아니냐. 혐오를 위한 구실을 만드는 꼴에 같은 남자로서 쪽팔리다”는 식의 내용의 댓글도 올라왔다.

안산은 30일 시상식까지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숏컷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경기력 외에 관한 질문은 대답하지 않겠다”고만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도핑테스트를 받은 뒤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페미니스트 논란) 이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면서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많은 응원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