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北에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제안, 대북 물자 반출 승인”

입력 2021-07-30 16:13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연락채널 복원을 계기로 남북 간 화상 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 문제를 협의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해 9월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피격 직후 잠정 중단됐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도 승인했다.

이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락채널 복구와 관련해 “다시 이어낸 천금과도 같은 남북 소통의 통로”라고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과 북은 앞서 지난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연락채널을 재가동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국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문제 삼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포함한 4개 통신선(연락사무소·정상 간 직통전화·군통신선·기계실 시험통신선)을 차단한 지 413일 만이다.

이 장관은 연락채널 복원 후속조치로 “어제(29일) 우리 측은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 문제를 협의하자고 우리 쪽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제의했고, 북측은 우리 제안을 담은 문건을 접수했다”며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영상회담 체계도 조속히 갖추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화상을 통해 실무회담과 고위급 회담을 거쳐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겠다는 게 우리 정부 구상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인도 협력 물자 반출 승인도 10개월 만에 재개했다.

이 장관은 “반출 승인은 민간단체의 자율적 협조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서해상 우리국민 사망사건’ 이후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것을 10개월 만에 다시 재개하려는 것”이라며 “인도협력 민간단체 측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고, 북한의 상황 특히 보건, 영양 물품의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반출 신청 두 건을 승인했다. 다만 반출 신청을 한 물자의 종류나 지원 주체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20건 가까운 반출 승인이 통일부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과 함께 북측과 논의할 주요 현안들을 추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우선 1차적으로 30개 가까운 의제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다”며 “(북측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상황이 되면 리스트를 교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상가족 상봉을 비롯해 개성공단 재가동,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이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지원에 대해선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이 선행돼 집단면역이 이뤄져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그러면서 “(영상시스템 구축 협의 제안에) 북측이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북측과)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열려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연락채널 복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 개최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10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급격히 악화한 남북 관계를 조율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전군 지휘관ㆍ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하고 변화된 정세에 맞는 군건설 방침을 제시했지만 핵무력 등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

향후 한반도 정세 가늠자가 될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선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데다 대북 관여를 본격화하기엔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정착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매우 유익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군 안팎에선 이번 훈련에 대규모 실기동 훈련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북측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모의 훈련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영준 통일부 차관은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해 최근 남북 관계 상황과 향후 계획과 관련해 미측과 의견을 조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전군 지휘관ㆍ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하고 변화된 정세에 맞는 군건설 방침을 제시했지만 핵무력 등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사상 첫 전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하며 ‘핵·미사일’을 거론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전과 비교해 절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이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고 이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변화된 정세에 맞는 군건설 방침을 제시하면서도 핵무력 및 핵 억제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