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자체적으로 음식을 공수해 도시락을 조달하는 것을 두고 일본 정치권이 연일 ‘한국의 트집 잡기’라며 문제 삼고 있다. “한국은 과학적 사고에 서툴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일본 매체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8일 열린 일본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후쿠시마현을 지역구로 둔 겐바 고이치로 입헌민주당 부대표는 한국이 후쿠시마 식재료를 피하기 위해 자체 급식 센터를 마련한 것과 꽃다발에 방사능 우려가 있다고 보도한 것을 언급하며 “이렇게까지 하면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겐바 의원은 “우리는 안전성을 증명하는 GAP인증(농산물우수관리제도)을 하고 있다”고 강한 분노를 표명하고 “IOC에 항의하는 것을 포함해 정부에도 조처를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나도 여러 가지로 마주한 적 있으나 여러 평가나 지적이 있다”며 “한국에 대해 ‘감정이 앞선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서투르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라고 수위 높은 발언도 던졌다.
후쿠시마현 농업회 대표이사 역시 28일 이런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사고 이후 검사를 반복해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해왔다”며 “모두 매일 후쿠시마의 논과 밭에서 나온 음식을 먹고 있지만, 상태가 나빠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이 일본까지 와서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먹을 수 없다고 한 것을 두고 ‘정치적인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29일 한국팀의 음식 조달과 관련해 “모든 분이 후쿠시마산 농림수산물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이며 안전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2020 도쿄올림픽 선수단을 위해 조리사와 영양사를 현지에 파견하고 도쿄올림픽 선수촌 인근 호텔을 통째로 빌려 급식 지원 센터를 마련했다. 한국에서 공수된 국산 식자재로 만든 ‘한국산 도시락’은 대회 기간 내내 선수단에 공급되고 있다.
미국 또한 선수촌 인근에 자체 급식 센터를 차렸다. 미국 USA투데이는 지난 21일 “미국올림픽위원회가 7만2000파운드(약 32.7t)에 이르는 음식과 음료를 마련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에 7000끼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7만2000파운드(약 32.7t)가량의 음식과 음료를 콜로라도주에서 도쿄로 공수했으며 대회 기간 선수단에 총 7000끼를 뷔페식 또는 도시락 형태로 제공한다.
하지만 미국의 식사 자체 공급에 대해 일본 정치권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일본 내 여론도 “한국은 (후쿠시마산 음식에 대해) 트집을 잡는 것이지만, 미국은 식성이 달라 음식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니 이해가 된다”며 ‘선택적 분노’를 보이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