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가 최근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올해 가장 심각한 해빙 현상을 겪는 중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수요일 하루 동안 녹은 얼음은 미국 플로리다주 전체 17만312㎢ 면적을 약 5.1㎝ 높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북한을 합친 한반도 전체(약 22만748㎢)의 77% 면적을 웬만한 성인 여성의 복숭아뼈 높이까지 덮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덴마크 기상연구소는 그린란드가 지난 27일 85억t 넘는 표면질량을 잃었고 지난 25일 이후로는 184t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주 전체 해빙 규모는 기록적 해였던 2019년만큼 극심하지는 않아도 비슷한 상황으로 얼음이 녹는 면적은 더 넓다고 CNN은 해설했다.
2019년 그린란드에서는 약 5320억t의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갔다. 더운 봄에 이어 7월에 폭염이 닥치면서 거의 전체 얼음 표면이 녹았다. 지구 해수면은 1.5㎜ 상승했다.
현재 해빙 상황은 지난 10년 사이 그린란드에서 얼음이 극단적으로 녹은 세 번째 사례다. 1970년대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내륙으로 가장 많이 확장된 해빙이기도 하다.
미 콜로라도대학 산하 국립 빙설데이터센터 선임연구원 테드 스캠보스는 “이건 상당한 용융(고체가 열에 녹아 액체가 되는 현상)”이라며 “이달 27일에는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그린란드의 동쪽 절반 대부분이 녹았는데 이는 이례적”이라고 CNN에 말했다.
영국 리즈대학 빙하학자 토마스 슬래터는 국제학술지 ‘빙설권(The Cryosphere)’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구가 1990년대 중반 이후 28조t의 얼음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린란드 표면 융해가 더 심각하고 불규칙해지는 걸 이미 확인했다”며 “그린란드 대기가 계속 따뜻해지면 어제의 극심한 융해 같은 일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그린란드의 해빙이 기록적이지는 않아도 그 규모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더 많은 해빙기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명백한 신호라고 판단한다.
스캠보스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그린란드가 더 자주 녹는 걸 목도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그린란드 정상 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는 건 극히 드물다”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로 열을 품게 된 대기는 먼저 지표면에 갓 생성된 흰색 얼음을 녹인다. 이 때문에 어두운 얼음이 노출돼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더 많은 해빙이 일어난다. 기온 상승과 함께 따뜻해진 바닷물은 대륙 가장자리 얼음을 녹여 빙산을 부순다.
슬래터는 “그린란드 표면이 계속 녹아내리면서 전 세계 해안도시가 폭풍해일로 인한 홍수에 취약해졌다”며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해수면이 2~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