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등장해 논란이 되는 ‘쥴리 벽화’를 직접 설치한 건물주 여모씨가 “쥴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철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논란이 거세지자 문제가 되는 문구들은 지우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여씨는 29일 “윤석열 후보 아내 김건희씨 본인이 쥴리가 아니라고 하는 마당에 벽화로 인해 누구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말이냐”면서 “현재 쥴리가 나타나지 않고, 양 전 검사, 김모 아나운서도 쥴리와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벽화로 풍자도 못 하느나. 그들이 쥴리와 관계를 인정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므로 벽화를 철거하겠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여씨는 “김건희씨를 둘러싼 쥴리 논란이 전개되면서 내가 아는 지인(화가)에게 부탁해 벽화를 설치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도 없고 배후도 없다. 국민의힘, 보수 언론들이 쥴리가 없다고 하면서 왜 쥴리 벽화를 가지고 문제로 삼는지 모르겠다. 헌법에 보장한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씨는 이 같은 인터뷰 이후 파장이 일자 취재진에게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배후설 등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쥴리의 꿈 등 지적된 문구는 내일 전부 지울 예정”이라며 “다만 ‘통곡의 벽’이라는 현수막을 설치하여 모든 시민들이 맘껏 표현하고 풍자할 수 있게 낙서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삭제’가 구체적으로 무엇과 관련있는지에 대한 추가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2주 전부터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건물 옆면에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김씨의 얼굴을 본뜬 듯한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내용이 적힌 벽화 등이 게시돼 논란이 뜨겁다.
‘쥴리의 남자들’이라고 적힌 첫 벽화에는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있다.
‘쥴리’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등에서 김씨가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할 당시 사용한 예명이라고 주장한 것인데, 윤 전 총장은 “아내는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루머를 부인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