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우리 모든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구 반대편 바다에서 한국의 이름을 드높이던 청해부대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 감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응급의학 의사로서 응급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작년부터 현 사태 해결책은 ‘백신’이라고 다양한 방송과 매체를 통해 누차 주장했건만, 관료적 행정만이 너무 뚜렷해지는 우리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공군 수송기를 띄워 청해부대 34진을 신속하게 조기 귀국시키면서 국가의 지시가 얼마나 빨리 집행되는지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통보는 늦었지만, 집행은 빠른 나라. 하지만 이러한 신속한 집행이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는 많은 인구가 우리 땅에 살고 있지 않다. 주재원, 사업, 취업, 연구 등등 많은 사유로 해외에서 거주하는 우리 국민이 있다. 지금 이들이 큰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다. 코로나에 걸려도 현지 의료시설의 부재와 부족으로 제대로 된 진료 한 번 못 받아보고 죽어가고 있다. 이들이 한국으로 오기 위해 내게 전화나 화상 연락을 취하던 도중에 사망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면서 ‘집행이 빠른 나라’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심지어 이들은 1억원이 훌쩍 넘는 전용 비행기 비용까지 직접 부담하더라도 한국에 빨리 오고 싶어 하지만, 정작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하던 나라로부터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재외국민 보호법이 정말 작동하는 걸까?” 현지 교민들이 갖는 공통된 질문이다. 국가가 하는 행정 처리를 보면 재외국민을 국민으로 인식하지 않는 거 같아 서글프다고 내게 하소연한다.
국가는 현지 외교관에게 몸으로 뛰는 헌신만 요구한 채, 치료를 위해 한국 땅에 오길 원하는 재외국민 환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많은 외국 업체와 그와 연계된 회사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 더는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나라 밖 일이라고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나는 벌써 8년째 국가에 호소하고 있다.
“제발 재외국민을 우리 국민으로 인식하고 바라봐 달라”
올해 2월 국무총리가 직접 지시하여 외교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관련 법을 만들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였다. 이러한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은 백신뿐 아니라 많은 것들이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집행되고 있다.
청해부대를 보며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아쉽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고, 국민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제일 우선순위다.
이제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한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부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