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 리병철, 다시 김정은 옆자리로…군서열 1위 복귀

입력 2021-07-29 16:5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68주년을 맞아 지난 28일 북중 우의탑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핵·미사일 개발 주역으로 ‘김정은 시대’ 승진 가도를 달리다가 지난달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됐던 리병철이 한 달 만에 군서열 1위로 복귀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근신을 마치고 조기 복권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북·중 친선의 상징 우의탑을 찾아 헌화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을 수행한 당·정·군 고위 간부들을 차례로 호명했는데, 군 수뇌부 중에선 리병철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호명 순서가 북한 권력서열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 중 하나인 만큼 리병철은 다시 군서열 1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우측엔 자신의 ‘그림자’ 조용원 당 조직비서를, 좌측엔 리병철을 세운 것도 이런 추정에 무게를 더한다. 통일부도 호명 순서와 공개된 사진 등을 근거로 리병철이 군 수뇌부 중 서열 1위인 것으로 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68주년을 맞아 지난 28일 북중 우의탑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략무기 개발 및 군수산업 발전에 있어 리병철은 김 위원장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당 정책을 관철하지 못하면 누구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리병철 해임으로 전달한 만큼 이제는 복권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병철은 지난달 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 사건’으로 문책당하면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다만 조용원·리일환·정상학 당 비서 다음으로 호명된 것을 두고 그가 아직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은 되찾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병철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차수(왕별 한 개) 계급장을 건너뛰고 단숨에 원수 자리를 꿰차는 등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줄곧 승진 가도를 달렸다. 2016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 직후 김 위원장과 맞담배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우의탑을 방문하면서 북·중 관계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우의탑을 찾아 헌화한 것은 2019년 6월 이후 처음이자, 집권 이래 두 번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