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전 항공기 결함을 발견해 출발이 지연됐을 때 승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했다면 별도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A씨 등 승객들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공기 결함이 항공사의 실질적인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기인했고, 항공사가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를 다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승객 A씨 등은 2018년 10월 19일 현지 시각 오후 7시40분 대한항공 항공편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비팀이 비행기를 점검하던 중 기체 결함을 발견했고, 대한항공은 승객들에게 출발시각이 다음 날로 늦춰졌다고 통보했다. 비행기는 당초 출발예정시각보다 21시간 30분 늦게 이륙했다. 이에 A씨 등 승객 72명은 대한항공이 정비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지연 출발에 따른 합리적 의무 역시 하지 않았다며 1인당 9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기체 결함이 통제 불가능한 문제였고, 승객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요구되는 합리적인 조치를 모두 취했다고 주장했다. ‘운송인은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국제조약을 지켰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해당 비행기가 이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항공사가 기체 결함을 예측할 수 없었고, 승객들을 위해 호텔숙박비, 식음료, 교통비용 등을 지불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운송인이 항공기 제작사가 제공한 정비안내서에 따라 정비를 했음에도 항공기에 결함이 발생했다면, 피고로서는 연착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항공사 측이 승객들에게 지연 사실을 수 차례 알렸고 관련 비용을 지불했다”고 판시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