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 연착’에 소송 낸 승객들…법원 “대한항공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21-07-29 10:38 수정 2021-07-29 12:51
뉴시스

항공기 운항이 지연됐더라도 항공사가 정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후속 조치를 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박강민 판사)은 A씨 등 72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2018년 10월 19일 오후 7시40분(현지시간)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 낮 12시5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 정비팀은 2018년 10월 10일 오후 7시10분쯤 여객기 점검과정에서 WHCU(Window Heat Control Unit) 장치에 경고 메시지를 발견했다. WHCU는 창문 표면에 성에가 끼지 않도록 적절한 열을 전달하는 장치다.

대한항공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인근에 WHCU 재고를 수소문했지만 재고가 없자 인천에서 독일로 WHCU를 공수했고, 비행기는 예정보다 약 21시간30분 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A씨 등은 “일정이 지연·취소됐고, 결근 및 업무 지장이 발생해 정신적 손해 등을 입었다”며 1인당 90만원씩 648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운항 지연이 제어·통제 등 조치가 불가능한 결함에서 비롯됐고 승객들의 손해를 피하고자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처를 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결함은 피고의 실질적인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기인한 것이고, 피고는 결함 발견 후 승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모두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장치는 제조사만 내부를 열고 점검할 수 있게 돼 있어 피고(대한항공)가 임의로 장치 내부를 열거나 점검할 경우 제조사로부터 사후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장치 결함 메시지를 확인한 후 전체 전원을 재부팅해 수회 점검하고, 정비 위탁사가 정비 매뉴얼에 따라 장치 위치를 서로 바꿔 설치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해도 결함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이트에서 대기하고 있는 원고들을 비롯한 승객 약 350명에게 항공기 점검으로 출발이 지연된다고 여러 차례 알렸다. 오후 8시부터 승객들에게 식음료를 제공했고, 숙박을 위한 호텔 객실과 교통편 등을 알렸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출발 지연과 관련해 호텔숙박비, 식음료, 교통비용, 전자우대할인권 및 연결편 등 비용으로 약 8400만원을 지출한 것을 고려했을 때 후속 조치 역시 충분했다고 봤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