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정부 측 비밀사항인 모더나사의 백신 공급계획을 언론에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 실수를 알아채고는 발언을 주워담았지만 보건당국은 공개적으로 송 대표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송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주 중 정부가 모더나사로부터 일정 분량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협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7월 중 공급될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의 일자별 연기 물량과 8월 도입 예정 물량(850만 도즈)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백신 세부 공급계획은 제약사들과의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최종 도입 시기에 맞춰 공개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비밀유지 협약을 어기면 백신 공급이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도 대금은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도 모더나 백신 4000만회분의 계약을 발표한 뒤에는 월별 주별 세부 공급량을 세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송 대표는 인터뷰 직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송 대표는 “아침 방송 인터뷰에서 모더나 공급 수치를 언급했지만 확인해 보니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 중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여당 대표를 향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공급정보 관련)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우선 다른 경로로 공개된 것에 대해 저희 중대본은 다소 유감을 표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중수본은 송 대표의 발언이 비밀유지 협약의 대상인지도 모더나 측과 논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송 대표의 입이 또다시 화를 자초했다”며 맹공세를 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백신수급 계획을 그토록 제시해달라고 해도 비밀유지 협약을 이유로 함구했던 게 정부여당인데, 정작 여당 대표가 방송에서 버젓이 공개해버리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직격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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