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제주 이호테우해변이 쓰레기로 쑥대밭이 됐다.
한 제주도민은 지난 25일 SNS 계정에 쓰레기 천지가 된 이호테우해변 모습을 영상으로 올렸다. 그는 ‘오늘 일요일 아침 5시15분, 제주 이호테우해변 풍경의 민낯’이라면서 ‘밤사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에, 술 냄새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있었다’고 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 지난밤 술자리의 처참한 흔적이 눈에 띈다. 특히 상당수 돗자리가 그대로 남겨져 있고, 컵라면 그릇과 빈 술병 등 쓰레기가 가득하다. (일부 영상은 포털사이트에서 노출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오늘 일요일 아침 5시 15분, 제주 이호테우해변 풍경의 민낯
— 제주 by신대장 (@jejubyshin)
밤사이 버리고간 각종 쓰레기에, 술냄새에, 음식물 쓰레기 까지. 전국이 코로나19로 예민해진 시국에 아침까지 술마시고 개취만취 노래 부르고 경찰 출동하고, 애꿎은 마을주민들만 치웠다고 한다.
제주시는 지난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면서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됐다. 이에 관광객들은 해변으로 나와 밤새 술판을 벌이고, 쓰레기를 무단투기한 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눈살 찌푸려지는 흔적들을 지우는 건 지역 주민들 몫이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전국이 코로나19로 예민해진 시국에 아침까지 술을 마치고 개취만취(심하게 취한 만취상태) 노래를 불러 경찰이 출동했다. 애꿎은 마을 주민들만 (쓰레기를) 치웠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 쓰레기’ ‘쓰레기 버리지 말아 주세요’를 태그로 붙였다.
결국 제주시는 지난 26일부터 오후 11시~오전 6시 이호테우해변 백사장 내 음주·취식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은 27일 SNS에 이호테우해변을 언급하며 “지역 주민이 해변을 촬영한 영상을 봤을 때 내가 알고 있던 그 해변이 아니었다. 모래 반, 쓰레기 반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건 말처럼 근사하기보다 대개 유쾌하지 않은 치사하고 고된 일”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해변 청소에 분투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었다. 이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가운데 어느 것도 서로에 우선하거나 우월하지 않다”며 “자유라고 말하고 싶을 때 책임감을 떠올리고, 책임감을 권하고 싶을 때 자유를 염려하는 균형감각을 찾을 때 이 길고 긴 방역 위기의 터널에도 비로소 끝이 보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