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공급 리스크 여전… 또 ‘비밀유지협약’ 위반 논란도

입력 2021-07-28 17:59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며 신규 확진자 수가 1천896명을 기록, 6일 만에 또다시 최다 기록을 경신한 28일 서울 관악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선 가운데 백신수송 관련 차량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연합뉴스


공급 차질이 빚어졌던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이 다음 주부터 재공급된다. 연기 일정이 일주일 내외라 8월 예방접종계획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백신 수급을 둘러싼 리스크(위험)는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공급난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는 데다 제약사와의 ‘비밀유지협약’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발언까지 잇따르면서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차질이 있었던 백신 공급을 다음 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모더나사는 7월말 공급 예정이던 물량을 생산 차질 문제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전날 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모더나사의 존 로퍼 부회장과 생산총괄책임자 등이 긴급 영상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모더나사는 연기된 물량의 상당 부분을 다음 주에 우선 공급하고, 8월 공급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세부적인 공급물량과 도입날짜는 계속 논의 중이다. 정부는 일단 수급 문제가 해소됨에 따라 50대와 만 18~49세의 접종은 변동 없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모더나 백신의 공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27일(현지시간) 모더나 측은 “백신 생산 파트너들이 최근 며칠 동안 발생한 실험실 시험 작업상의 문제 때문에 (공급) 지연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현재 해결된 상태지만 향후 2∼4주 동안 미국 외의 백신 배송에서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모더나사는 비축한 재고 물량도 없다. 이를 두고 벤처기업의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생산하기로 한 모더나 백신 역시 아직 완제품이 나오지 않았고, 생산량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정부는 “모더나 측과 주 1회 이상 실무 정례회의를 통해서 공급일정을 점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모더나가 협의된 공급일정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으나 정부는 “제약사의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일정 지연은 페널티(벌칙) 대상이 아니다”고 봤다. 게다가 많은 국가가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제약사로부터 페널티를 받을 위험도 있다. 백신 도입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실무자가 아닌 정치권에서 새 나와 방역 당국이 뒷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도입이 지연된 모더나 물량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원래 25일 75만회, 31일 121만~196만회를 받기로 한 게 연기된 것”이라며 “다음 주에 130만~140만회분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발언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비밀유지협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비밀유지협약에 의하면 정부는 주별 세부 공급 일정, 물량을 공개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자칫 물량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인터뷰 과정에서 주별 백신 도입 물량이 공개돼 방역 당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