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결승 경기는 한국 검객들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김정환과 구본길, 오은석, 원우영으로 꾸려진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루마니아를 상대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펜싱의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이기도 했다.
약 9년의 세월이 흐른 28일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다시 한 번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걱정할 것은 없다. 10여 년간 함께 손발을 맞춘 ‘영혼의 검객 듀오’ 김정환(38)과 구본길(32·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여전히 대표팀을 이끌고 있어서다. 이들 베테랑은 현 세계랭킹 1위 오상욱(25·성남시청),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준호(27·화성시청)와 힘을 합쳐 대회 결승에서 런던대회 동메달을 차지했던 이탈리아에 맞선다.
한국은 이날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독일을 45대 4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제 한 경기만 남았다.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열리는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물리치면 9년 전 런던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금빛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
여전히 한국은 이 종목 디펜딩 챔피언이다. 직전 대회였던 2016년 리우대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던 탓이다. 이번에 우승할 경우 약 9년에 걸쳐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펜싱 어벤저스’로 불린다. 어느 한 명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실력파 선수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오랜 대표팀 경험을 자랑하는 김정환과 구본길은 특히 어벤저스의 중심을 잡고 있다. 두 선수는 구본길이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08년부터 함께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둘이 함께 한 기간을 햇수로 따져보면 올해로 14년째다.
이들은 4대 국제대회인 올림픽(2012년)과 아시안게임(2014년), 아시아선수권(2017년), 세계선수권대회(2017년)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함께 달성하기도 했다. 김정환과 구본길은 2017년 당시 신예였던 오상욱과 김준호를 이끌고 국제펜싱연맹(FIE)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출전해 한국의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일궈냈다.
두 베테랑에 오상욱과 김준호가 합류한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7~2019년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도쿄올림픽 전까지 팀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지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주목을 받아왔다.
김정환은 이날 준결승전이 끝난 뒤 결승 진출의 공을 동생들에게 돌렸다. 그는 “동생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본길이와 상욱이가 차분하게 마무리를 잘해줘서 고마웠다”며 “결승에선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경기를 뛰겠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올림픽은 역시 힘들다”면서 “결승전을 잘 끝내고 이 자리에 웃으면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