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벼 수확을? 충남서 국내 첫 벼 수확 ‘진풍경’

입력 2021-07-28 15:02
28일 국내에서 첫 수확을 한 충남도 농업기술원의 '빠르미'벼. 충남도 농업기술원 제공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충남에서 올해 첫 벼를 수확하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28일 기술원 시험포장에서 벼 수확과 함께 타작물을 심는 ‘논 이모작 활성화 시범재배’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에 수확한 벼는 국내 쌀 중 생육 기간이 가장 짧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기작에 성공한 ‘빠르미’ 품종이다. 지난 5월 1일 도 농업기술원 시험포장 내 3300㎡ 규모로 심은 벼다.

심은날로부터 불과 88일 만에 햅쌀을 맛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수확량은 10a당 약 510㎏에 달한다.

올해 노지에서 재배한 벼 중에서는 첫 수확이다. 지난달 다른 지역에서 벼베기가 진행됐지만 해당 벼는 비닐하우스에서 자랐다.

도 농업기술원은 빠르미 수확을 마친 논에 옥수수와 감자, 들깨 등을 심는 등 노지 이모작 시범재배를 추진한다.

논에서 벼를 수확한 뒤 보리·밀 등을 재배하는 이모작은 많지만 수확 직후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미를 개발한 도 농업기술원 윤여태 박사는 “자연재해가 잇따르며 영농 환경도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며 “생육 기간이 짧은 빠르미는 우리의 주식인 벼 재배 방식을 다양화 해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농업인들의 소득 확대까지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미는 도 농업기술원이 지난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품종이다. 이앙~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80일 안팎인 극조생종이다.

3~7월에 옥수수·감자·강낭콩 등을 재배한 뒤 빠르미를 심거나, 4~7월 빠르미를 키운 뒤 들깨·감자·배추 등을 심으면 추가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재배 기간이 짧아 농약 등 농자재 비용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며, 짧은 생육 기간 덕분에 물 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비료 사용량도 10% 이상 줄일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으며, 가뭄·태풍을 피해 재배하거나 자연재해 피해 시 다시 재배를 시작할 수도 있다. 국가 식량 위기 발생 시 비교적 빠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산=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