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예술인협회(방귀희 회장)는 2021년 장애인문학과 미술의 주인공을 선정해 28일 발표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2021구상솟대문학상은 한승완 시인이 받았다. 제4회 이원형어워드는 한부열 작가에게 돌아갔다.
2개 상을 운영하고 있는 방귀희 회장은 “올해는 2개 상 모두 경쟁이 치열해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었다”면서 “장애인문학과 미술 분야에서 단 한 명의 주인공을 찾는 시상이어서 수상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수상자 선정 분위기를 전했다.
2021구상솟대문학상은 46명이 응모해 예년에 비해 응모자가 많았다. 지난 4월 구상솟대문학상 30주년 기념 시집 「인생예보」가 출간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10명의 응모자 시를 2021구상솟대문학상 심사위원 맹문재 시인(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유자효 시인(구상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이승하 시인(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세심히 검토한 결과 3명으로 압축됐다.
심사 점수를 합산한 결과 한승완(44·지체장애1급)이 최고점을 받았다. 차점자로 박성진(36·시각장애1급), 오미광(53·여, 뇌병변장애1급)씨가 동점을 받아 수상자 결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승하 교수는 “한승완의 「벚꽃백신」은 자연의 치유력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나가는 과정이 실감있게 전개되는데 언어의 조율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벚나무에 봄비가 찾아와 원료를 주입시키면/ 벚나무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백신을 만들 채비를 한다”는 첫 문장부터 조성된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이 시의 최대 장점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바이러스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퇴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공기, 맑은 물, 나와 너의 거리, 청정한 자연이 치유할 수 있다고 보는 시인의 주장에 십분 동의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승완은 지체장애 1급인 사회복지사로 현재 대전에 있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 행복누림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해 시를 쓰게 된뒤 장애인 관련 문학상에 응모하면서 시인의 꿈을 키워왔다. 한승완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이어도 참 행복한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기쁘면 사람이 그 기쁨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 생애 가장 기쁜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상은 1991년 『솟대문학』창간과 함께 솟대문학상을 제정해 운영하다가 故 구상 시인이 솟대문학상 발전 기금으로 2억원을 기탁함에 따라 2005년 명칭을 ‘구상솟대문학상’으로 개칭해 운영한 결과 장애인문학의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구상솟대문학상’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 원이 수여되고, 『E美지』와 『솟대평론』에 소개된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이원형 어워드는 모두 6명이 응모해 강호찬(55·지체장애), 임상철(54·지체장애), 한부열(38·자폐성발달장애) 등 3명이 본심에 올랐다.
2021이원형어워드 심사위원은 김영빈(서양화가, 한국장애인전업미술가협회 회장), 박현희(성산효대학원대학교 HYO예술융합학과 교수), 석창우(수묵크로키 화가, 본 협회 이사) 화백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이 모두 좋아서 1명만 선정하기가 아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 합산으로 최종 한부열 작가를 2021이원형어워드 작가로 선정했다. 한부열 작가는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전시회마다 주목을 받고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현희 교수는 “한부열은 작품 소재와 표현기법에 대한 창작의 폭을 확대한 결과 경쾌한 색채 배색 및 겹침과 반복된 이미지 등의 구성적 재해석을 통해 창의적 발상으로 구현된 독창적 예술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 소식을 알게된 한부열 작가 어머니는 “의미있는 상이라서 망설이다가 응모를 했는데 편견 없이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조각가 이원형 화백이 고국 장애미술인의 창작 활동 활성화를 위해 2018년 제정한 이원형어워드는 세계적인 조각가인 선배가 후배를 지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상이다. 이원형어워드는 상패와 상금 200만 원이 수여되고 『E美지』에 소개된다.
2021구상솟대문학상 당선작
벚꽃백신
한승완
벚나무에 봄비가 찾아와 원료를 주입시키면
벚나무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백신을 만들 채비를 한다
살갗에 생채기를 내어 꽃봉오리를 띄운다
아기벚꽃 잎이 살짝 고개를 내밀면 기다렸다는 듯이
꽃샘바람이 불어와 방해를 하지만
굴하지 않고 벚나무는
뿌리부터 가지까지 있는 힘을 모두 쥐어짜
가지주사기에 아기꽃을 채우고야 만다
긴 겨울이 지나고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희망이 시간이 찾아온다
아기꽃이 고개를 가누기 시작하면
따스한 봄바람이 백신을 배송한다
가지주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벚꽃 잎은
바람이 불 때마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지나가는 자동차 위에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쉬고 있는 벤치 위에
한 잎씩 떨어지고
벚꽃이 닿을 때마다 사람들은 마냥 행복해진다
벚꽃백신이 퍼져나간 세상이
내년 봄이 올 때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길
벚나무는 초록 잎 두 손 모아 기도하며
긴 숙면을 취한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