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참석과 관련한 딸 친구의 진술이 달라졌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음 달 11일 선고를 앞두고 판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인턴 활동 자체가 허위였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취지의 반박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 변호인단은 지난 26일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서울고법 형사1-2부에 냈다. 의견서에는 지난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1심 재판에 출석했던 장모씨의 증인신문 요지가 담겼다.
앞서 정 교수 1심은 조 전 장관 딸 조민씨의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이중 세미나 참석 여부는 7대 스펙 중 하나인 2009년 5월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과 연결돼있다. 장씨는 앞서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조씨를 세미나에서 보지 못했고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과 조씨는 얼굴이 다르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재판에서는 ‘영상 속 여성은 90% 정도 조씨가 맞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법정에서는 “조씨를 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자신의 SNS에는 “조씨는 세미나에 분명히 참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은 의견서에서 ‘장씨의 기존 진술은 검찰 조사의 압박감 및 조씨에 대한 적개심에서 나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을 뿐 세미나장에 없었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씨의 바뀐 진술을 종합하면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고 인권동아리와 인턴 활동이 실제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정 교수 측은 장씨의 증인신문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장씨의 바뀐 진술이 정 교수 선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조씨의 세미나 참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라는 점에서는 정 교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진술이 선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장씨 진술이 1심과 아예 배치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영상 속 여성이 조씨인지에 대한 의견은 달라졌지만 세미나에서 조씨를 못 봤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세미나 참석 여부가 인턴의 허위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이 아니라고 본다.
앞서 정 교수 1심은 조씨의 인턴 활동이 허위였다는 근거로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으로부터 인턴 활동을 허락받거나 세미나 과제를 부여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설령 장씨와 조씨가 조 전 장관의 지시로 인권동아리 활동을 했더라도 공식 세미나 프로그램과 무관했고 한 원장이 인정한 활동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씨의 세미나 참석과 관련해서는 조씨가 개인적으로 뒤풀이 참석을 위해 세미나장에 왔을 뿐 인턴 활동으로 온 것이 아니라고 1심은 판단했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대원외고 학생 박모씨 및 한 원장도 세미나에서 조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조씨의 인턴확인서는 2009년 5월 1~15일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6~14일까지 조씨가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AP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해당 기간 인턴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또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동아리 회원들과 세미나 준비 스터디를 했다고 진술했지만 동아리 회원이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인권동아리 회원 5~10명 중 1명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봤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장씨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고 있다. 다만 장씨는 SNS에서 “검사님들은 다들 모두 친절했고 검찰 조사에서 협박과 위협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면 조 전 장관과 조씨가 왜 법정 증인신문에서는 사실을 말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정 교수 재판에서 검사가 “세미나에서 딸을 보았다고 직접 언급하지 않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한숨을 내쉬고는 “형사소송법 148조(증언거부권)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재판 출석에 앞서서는 기자들에게 “세미나에 참석한 딸을 똑똑히 봤고 쉬는 시간에 대화도 나눴다”고 주장했다.
나성원 임주언 기자 naa@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