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거리가 좁혀지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 캠프에 ‘김종인 사람들’이 대거 합류한 것이 기점이 됐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을 조만간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 전 위원장은 “안 만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캠프를 재정비하면서 김 전 위원장 체제의 국민의힘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을 동시에 영입했다. 이들이 윤 전 총장의 ‘국민캠프’로 들어간 데는 최소한 김 전 위원장의 용인이 있었을 거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민캠프 대변인을 맡은 김 전 비대위원도 지난 27일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이 직접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기에 쉽게 외면하고 거절하기가 어려웠다”며 “그런 측면에서 있는 내용을 김 전 위원장께도 말씀은 드렸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딱 선을 그었다면 캠프에 합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 측과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올 초 현직 검찰총장이던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며 ‘윤석열 대망론’을 공개 거론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공직을 떠난 뒤 잠행이 길어지고, 두 사람 간 추진되던 ‘4월 회동’이 무산된 이후 점차 윤 전 총장과 거리를 둬왔다.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박하게 평가했다.
그런데 이른바 ‘김종인계’ 인사들이 국민캠프 일원이 되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 사이에 소통 창구 내지 연결 고리가 생긴 것이다. 김 전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정치 철학을 국민캠프가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윤 전 총장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반응이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28일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두 사람은 협력 관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경선 절차를 거쳐 당의 공식 후보가 되면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윤 전 총장이 굳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말고 11월 여론조사로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부산 방문 일정을 소화하면서 기자들에게 “김 전 위원장이 휴가를 다녀오면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윤 전 총장이 유력한 야권 후보 아니냐”며 “만나자고 하면 만나야지. 안 만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비대위 체제에서 함께 일했던 인사들의 국민캠프 합류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정치적 앞날을 생각해서 (캠프에) 간 것이지, 나와는 특별히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향후 윤 전 총장을 지원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특정인에게 가지 않는다고 누누이 얘기해 왔다”고 잘라 말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만약 윤 전 총장이 입당을 하더라도 김 전 위원장 사람들이 많이 포진된다면 그 캠프에 대해 어떤 그림이 그려지겠나”며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