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세 유도 대표팀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동메달의 기쁨을 안긴 가운데 그의 출신 초등학교까지 화제다.
6세에 유도를 시작한 안창림은 교토의 조선제1초급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출신학교인 조선제1초급학교는 교토 히가시쿠조 재일조선인 집주지역에서 60년 이상 민족교육을 실시해온 지역동포들의 교육기관이다.
이 학교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게 된 이유는 2009년 발생한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 사건 때문이다. 재특회는 2009년 12월 4일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 앞 간진바시공원에서 등하굣길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혐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약 60년 동안 지자체와 주민의 협의하에 운동장으로 사용해온 아동공원을 불법 점거했다며 기물을 파손하고 확성기로 입에 담지 못할 수위의 욕설을 퍼붓는 난동을 벌였다.
당시 학교에는 150명의 초등학생들이 수업 중이었다. 재특회 회원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바퀴벌레들” “모두 죽어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스파이의 자식들” “김치 냄새가 난다” 등 비열한 폭언을 퍼부었다.
이러한 극우들의 ‘욕설 테러’는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10년이 흐른 2019년에도 일부 세력의 비상식적인 행위는 계속됐다. 2019년 3월 9일 교토 기온 한복판에서 ‘간진바시아동공원 탈환 10주년 기념 데모’가 일어나기도 했다.
재일동포 신분으로 차별이 만연한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안창림은 학창 시절 일본식 이름 하나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안창림(安昌林)’이라는 한국 이름 석 자를 고수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나의 꿈’이라는 제목의 작문에서는 “한국 대표가 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고 쓰기도 했다.
“내가 지면 가족이 운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라. 제일학교(조선학교) 동창과 동포가 응원하는 것을 잊지 마라. 유도는 싸움이다. ‘시합’이란 죽음과 만나는 것. 지는 것은 죽음을, 이기는 것은 삶을 의미한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강한 상대는 연습하고 있다. (중략) 반드시 이긴다. 식사, 수면, 모든 것이 트레이닝이다. 재주가 없으면 세 배로 노력하라.”
안창림이 중학교 시절 ‘유도 노트’에 남긴 글이다. 유도 선수로서는 물론,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드러난다.
안창림은 26일 경기 직후 취재진을 만나 “대한민국 국적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국적을 지킨 것”이라며 “그것을 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한국 국적을 유지한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사실 재일동포는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차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재일동포에 관한 인식을 좋게 변화시키고 싶었다. 내 모습을 보고 (재일동포) 어린이들이 큰 힘을 얻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을 안 누리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감동을 표하고 있다.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안창림 선수 정말 멋있다” “빛이 난다. 꽃길만 걸어라” 등의 안창림을 향한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 안창림은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도를 시작했다. 쓰쿠바대학 시절인 2013년 부도칸에서 열린 전일본학생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뒀고 당시 코치는 안창림에게 귀화를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태극기를 달고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라며 거부한 후 2014년 용인대로 편입해 이듬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