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을 숨지게 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범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성중독이 범행의 원인이 됐다며 증오범죄를 부인했다. 그는 희생자에 대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태도에 법원은 가성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이와 별건으로 기소된 상태라 추가로 사형을 언도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은 이날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 법정에서 4명의 총격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이 유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행된 검찰과의 형량 협상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종신형으로 낮추는 합의가 이뤄진 결과다.
법원은 이날 4명의 살인에 대해 가석방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을, 다른 혐의에 대해 추가로 35년을 복역하는 형을 확정했다. 롱은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 풀턴카운티 스파 2곳과 체로키카운티의 마사지숍 1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모두 8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이 진행된 사건은 체로키카운티에서 아시아계 여성 2명과 백인 남녀 등 4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사건 발생 후 아시아계 여성을 향한 증오가 범행 동기가 됐다는 비판론이 거셌지만 체로키카운티 검찰은 롱에 대해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롱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반성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범행 과정 및 성중독에 관한 판사의 질문에는 소상히 답했다. 롱이 총격 사건 이후 공개된 장소에 나타난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롱은 범행 과정을 자세히 털어놨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첫 범행은 3월 16일 체로키카운티 마사지 업소에서 시작됐고, 첫 희생자는 폴 마이클스(54)였다. 그는 “마사지 업소를 방문한 후 화장실에 가서 총을 꺼내고 나왔다”며 카운터에 기대고 있던 마이클스에게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방아쇠를 당긴 후 기억은 거의 없다. 마음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롱은 시종일관 혐오범죄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범행 동기에 대해 롱은 “성욕을 제대로 참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벌을 주고 싶었다”며 “지금 생각하니 내 책임을 남에게 전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롱은 범행 전 460달러를 주고 총기와 총알을 구입했으며, 280달러로는 술을 사서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성중독 치료를 받았으며 신경안정제도 복용했지만 언젠가부터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롱은 이날 희생자들에게 사과 및 반성의 말은 하지 않았다. 맥켈리아 판사는 선고에 앞서 롱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롱은 입을 다물었다. 변호인인 새커리 스미스 변호사는 “최후진술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풀턴카운티에서의 재판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체로키카운티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유죄 인정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롱의 의지”라고 말했다.
앞으로 롱은 한인 4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에 대해 풀턴카운티 법원에서 별도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풀턴카운티 검찰은 롱에게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하고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오는 8월 풀턴카운티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