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겨내고 銅…부활 신화 인교돈 “올림픽 상상 못해”

입력 2021-07-27 21:27 수정 2021-07-27 22:37
인교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80kg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슬로베니아의 이반 트로즈코비치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바=김지훈 기자

남자 태권도의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이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도쿄올림픽에서 수확한 두 번째 태권도 메달이다. 인교돈은 과거 암 투병을 이겨내고 세계 최정상 무대인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인교돈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80㎏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슬로베니아의 이반 콘라드 트라이코비치를 5대 4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손에 쥐었다. 인교돈은 남자 58㎏급 장준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태권도 동메달을 선사했다.

인교돈은 16강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파르자드 만수리를 13대 12로 물리쳤고, 8강에선 카자흐스탄의 루슬란 자파로프를 10대 2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선 북마케도니아의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에게 6대 12로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으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동메달 결정전에 오른 인교돈은 1라운드를 3-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2라운드에선 1점을 추가해 4-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3,4라운드에서는 감점을 받고 상대에게 주먹 공격 등을 내주면서 추격을 허용했으나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 승리를 챙겼다.

이번 도쿄 대회는 인교돈의 생애 첫 올림픽 무대였다. 다만 그는 남자 80㎏초과급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체급 강자로 이름을 널리 알려왔다.

인교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80kg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슬로베니아의 이반 트로즈코비치를 공격하고 있다. 지바=김지훈 기자

인교돈은 암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교돈은 2014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 은메달, 2017년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87㎏급 동메달을 따내며 부활을 예고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메달권 진입에 성공, 자신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렸다.

경기 후 인교돈은 “‘인간승리’라는 단어가 맞는 것 같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올림픽 출전을 생각도 못 했었다”며 “저도 제 자신에게 놀랐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고, 준비한 걸 전부 쏟아내고 져서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완치 판정을 받았던 순간을 되새기며 “투병하시는 분들이 저란 선수로 인해 힘을 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에게는 “(그도안) 보조해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다음 올림픽’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적잖은 나이에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데다 부상이 잦아져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