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으로 모인 한국 여자 에페의 칼끝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의 도쿄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은 국내 모든 종목을 통틀어 코로나19 확진 국가대표 최초 사례를 남겼던 불운에서 세계 최강 중국마저 꺾고 시상대까지 달려온 반전의 서사다. 비록 금메달 사냥은 불발됐지만, 개인전 조기 탈락의 설움을 메달로 씻어냈다.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지난해 3월부터 유독 많은 곡절을 겪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뒤 선수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공개되지 않았던 확진자 중 2명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B홀에서 도쿄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강영미와 이혜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만 해도 확진자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탓에 여자 에페 선수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언제나 ‘국가대표 1호 확진자’라는 꼬리표가 이들을 따라다녔다. 지난해 7월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고, 국제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여자 에페 선수들도 예외 없이 코로나19 암흑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 시련을 팀워크의 양분으로 삼았다. 도쿄올림픽 펜싱 첫 일정으로 지난 24일 출전한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출전자 전원이 모두 8강에 진입하지 못해 눈물도 삼켜야 했다. 특히 개인전 세계 랭킹 2위로, 유력한 메달 후보로 지목됐던 최인정의 충격패가 뼈아팠다.
최인정은 개인전 32강전에서 랭킹 258위에 불과한 러시아 국적 선수(ROC) 아이자나트 무르타자에바에게 11대 15로 져 조기 탈락했다. 곧 강영미가 32강에서, 송세라가 16강에서 줄줄이 떨어졌다. 절치부심한 대표팀은 사흘 만인 이날 단체전에서 팀워크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준결승에서 단체전 랭킹 1위 중국을 38대 29로 잡고 이변을 연출했다. 중국을 결승에서 밀어낸 것만 해도 도쿄올림픽 여자 펜싱 최대 이변으로 손꼽힌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