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판사가 되기 위한 최소 법조경력을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법조일원화를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에서 이번 개정안이 사법개혁에 대한 후퇴라는 비판을 내놓자 반박에 나선 셈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7일 법원조직법 개정안 관련 설명 자료를 내고 “1999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 2003~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는 모두 법조일원화 도입 취지와 함께 법관 임용의 법조경력을 5년 이상으로 할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판사가 되기 위한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이번 개정안을 사법개혁에 대한 후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판사 임용의 법조경력 하한을 5년으로 유지하는 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판사가 될 수 있는 최소 법조경력은 내년부터 7년, 2026년부터는 1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 “판사에 지원하는 10년차 법조인은 많지 않다”는 현실적인 지적이 나오면서 법 개정에 속도가 붙게 됐다. 하지만 “법관 자격요건 변경은 사법개혁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등의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번 법 개정으로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젊은 판사가 많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소 법조경력이 5년으로 낮아진다고 해도 판사가 된 후 4년의 배석판사 경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론 9년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단독재판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30대 법관이 단독재판장을 맡게 되는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가 갑자기 추진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2013년 법조일원화 도입 이후 8년간 법관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공감대가 법원 안팎에서 형성된바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법원이 법조일원화 이후 법관 임용에 애를 먹으면서 판사 부족 문제도 함께 대두됐다. 대법원은 “경력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를 선발하고 싶어도 법원 입장에서는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 내외를 불문하고 ‘법관 증원’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법관 임용 경력을 5년 이상으로 하더라도 법관이 관료화된다든지 평생법관제가 퇴색된다든지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최소 법조 경력만을 낮추는 것일 뿐 오랜 법조경력을 갖춘 법조인의 판사 임용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