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소유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이 1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2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DL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DL그룹이 호텔 사업을 시작하며 만든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의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에이플러스디(APD)에 넘겨주고, DL그룹 계열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이 상표권을 사용하게 하면서 브랜드 사용권 등 명목으로 APD에 31억원의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DL 법인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는 각각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DL그룹 측은 APD의 GLAD 브랜드 사업 영위는 특수관계인의 사익을 편취한 것이 아니고, GLAD 브랜드 사업 수행은 사업기회 제공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DL그룹 측은 이 회장의 지시 및 관여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APD가 오라관광에 실제로 브랜드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에이플러스디가 글래드의 브랜드 스탠다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부분까지 모두 수수료가 지급됐다”며 “총수일가의 사익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은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회장이 현실적 이익을 보지 않았다는 점, DL그룹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을 모두 이행한 점은 양형에 고려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