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광주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등학생이 생전 학교 폭력(학폭)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숨진 학생의 엄마가 사건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에 참여해 달라는 독려글을 올렸다.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동의 숫자가 더디게 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아들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를 공개한 엄마는 “널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전부 혼내주겠다”고 했다.
‘광주학교폭력 피해자 엄마’라고 자신을 밝힌 A씨는 27일 커뮤니티 뽐뿌에 올린 글에서 “제 아들은 본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 우리 가족이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저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유가족이 올린 관련 청원의 참여를 부탁했다.
A씨는 “국민 청원 20만이 넘으면 국가적 관심으로 빠른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청원 마감일인 내달 5일까지 20만명의 동의 서명을 넘기지 못할까 걱정했다. 가해 학생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7일 오후 현재 18만6000명가량이 동의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너를 품는 10개월은 정말 행복했어”라고 한 A씨는 “세상에 나고 보니 너만큼 빛나는 아이가 또 없더라. 17년하고도 6개월을 입히고 먹이고 키웠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 가니”라며 가슴을 쳤다. ‘일주일만 슬퍼하고 다음엔 웃고 다녀주라’ ‘엄마가 웃는 게 좋다’는 아이가 엄마에게 생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를 언급한 A씨는 “엄마가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 네가 너무 그립거든”이라고 적었다. 그는 “대신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 아들아 고통 없는 그곳에서 행복하렴. 다음에 우리 또 만나자. 그땐 엄마 곁에 오래 머물러줘”라며 절절한 심경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A씨의 아들인 B군(17)은 6월 말 광주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학폭을 당했다는 유서와 영상이 나왔고, 경찰은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등 혐의로 고등학생 11명을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B군 장례식에 운구를 하겠다고 온 친구 역시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발인 당일 B군이 생전 목이 졸려 기절하는 등 괴롭힘을 당한 영상을 전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