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실질금리 사상 최저치, 스태그플레이션 징조?

입력 2021-07-27 15:05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파 반영한 듯
미 FOMC 정례회의 테이퍼링 계획 영향 미칠 지 관심


<자료: 미 재무부, multpl.com>


10년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에 채권매입 축소 등 긴축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27~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10년만기 재무부 채권의 실질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떨어진 -1.1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지난해 8월의 -1.01%를 갈아치운 것이다. 실질금리와 명목금리 차이로, 인플레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10년만기 채권의 브레이크이븐레이트(BEI)는 2.33%로 2.5%대로 치솟았던 5월보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유로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10년만기 국채의 실질금리 스왑 역시 사상 최저치인 -1.65%로 떨어졌다.

실질금리가 하향 곡선을 보이는 것은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경기에 대한 성장 모멘텀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이런 우려의 중심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자리잡고 있다.
시티그룹의 글로벌 거시경제 전략가인 재이미 파히는 FT에 “경제 개선세는 아직 매우 견조한 상황이지만 인플레 우려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만기 국채의 명목금리는 1.28%수준으로 시장에서 평가하는 적정치인 1.54%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이같은 수치는 내년 미 경제성장률이 0.5%로 축소될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월가 투자은행들의 평균 성장률 예상치 4.7%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6~29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코로나 발발 이후 단행된 월 120억달러 어치의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이른바 테이퍼링에 대한 일단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FOMC를 앞두고 실질금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세에 따른 조기 대응 압박을 받고 있는 파월 의장에 숨을 돌릴 여지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시간 대학의 최근 소비자기대지수 조사결과 향후 5~10년 인플레 상승률 예상치는 2.9%로 5월의 3%보다 낮아지면서 코로나19 이전 20년 동안 평균치인 2.8%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현재 진쟁중인 인플레 기대심리가 파월 의장의 주장처럼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일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