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승만 거두면 올림픽 금메달을 손에 넣는다. 한 번을 이기면 은메달을 확보하고, 또 한 번을 승리하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이 금메달을 얻는 순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 바로 앞까지 다가간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 이다빈(25) 얘기다.
이다빈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의 캐서린 로드리게스를 23대 14로 제압하고 4강으로 진출했다.
난타전 끝에 거둔 승리엔 운도 따랐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 선수단 안에서 경기를 앞두고 분석한 로드리게스는 왼발 돌려차기를 구사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정작 경기장에 들어서자 로드리게스가 공격 방식을 바꿨다. 오른발 돌려차기가 들어왔다.
다행히 로드리게스는 바꾼 전략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로드리게스는 발을 완전히 내밀지 못했다. 공격 동작을 완성하지 못한 적에게 이다빈은 연신 주먹과 발을 몸통으로 꽂아 넣었다. 10-15로 뒤처져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됐던 1라운드와 다르게 2~3라운드에서 기세를 탄 건 이다빈이었다.
이다빈은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오히려 상대가 바꾼 공격 방식이 나에게 수월했다”고 말했다. 난타전 과정에서 로드리게스의 발차기가 이다빈의 코를 훑거나 뒤통수를 직격하기도 했다. “아프지 않은가”라고 묻자 이대빈은 특유의 씩씩한 얼굴로 “예, 문제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다빈은 2014년 인천 대회부터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서만 2연패를 달성했다. 신장 178㎝의 큰 키로 상대를 제압하는 위력이 남다르다. 2016년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19년 영국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3㎏ 이하급을 석권했던 이다빈은 이제 생애 처음으로 도전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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