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이 옥고를 치른 옛 대구형무소 터에 세워진 삼덕교회(중구 삼덕동) 일부 공간이 대구형무소와 이육사 시인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대구 중구는 민족지도자들의 항일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 지역의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중구는 27일 삼덕교회와 ‘옛 대구형무소 이육사 기념관’(가칭) 조성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구에 따르면 대구형무소에는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의거 장진홍 의사 등 수많은 독립투사가 수감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이육사 시인이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의거와 연관돼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는데 투옥 당시 수인번호가 264번이어서 호를 육사(陸史)로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서울, 평양과 함께 전국 3대 형무소로 꼽혔으며 1919년 3월 독립 만세 이후 5000여명의 조선인이 갇혀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지역의 역사적 장소로 중구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 코스에 포함돼 있지만 삼덕교회 측이 마련한 기념 시설만 존재해 콘텐츠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업무협약에 따라 삼덕교회가 공간을 무상 임대해주면 중구가 내부 300여㎡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관련 콘텐츠를 마련할 계획이다. 공간 조성에 12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구는 전시관 예산 마련 방안을 연구할 방침이다. 기념관 중심 콘텐츠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관련 기관들은 이육사 시인과 대구형무소를 놓고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관은 2023년 문을 열 예정이다. 중구는 이육사 문학체험 프로그램, 도심 문화탐방 골목투어와 연계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기념관 개관에 맞춰 운영할 예정이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대구는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릴 만큼 항일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던 곳으로 옛 대구형무소 터 같은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다”며 “삼덕교회와 함께 중구 독립운동 역사 기념 공간을 만들어 중구의 문화, 관광 콘텐츠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