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살짜리 소녀의 첫 유치원 등교일에 20명 남짓한 경찰이 출동해 릴레이로 장미꽃을 선사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아침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의 한 유치원 입구에 제복을 갖춰 입은 20명 안팎의 경찰과 재향 군인 등이 줄지어 섰다. 이들은 5살 난 여자아이 줄리아나 키너드에게 노란 장미를 선물하며 첫 등교를 축하했다.
현장에 나온 애리조나 마리코파카운티 경찰과 길버트시 경찰, 재향 군인 등은 모두 3년 전 숨진 줄리아나의 아빠 조슈아 키너드의 동료들이다. 이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조슈아의 딸을 위해 아빠를 대신해 특별한 첫 등굣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모인 것이다.
경찰은 앞서 순찰 오토바이 2대를 앞세워 줄리아나를 차에 태운 뒤 호위해 유치원까지 데려다 줬다.
경찰차에서 이미 한 송이의 노란 장미를 받은 줄리아나는 유치원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마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유치원 정문 양옆으로 경찰들을 포함해 아빠의 동료들이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을 맞이한 것이다.
너무 놀란 나머지 엉거주춤 그 길을 걷기 시작한 줄리아나에게 이들은 노란 장미를 한 송이씩 건넸다. “좋은 아침이야” “학교에서 너의 첫 여정이 시작되는데, 즐기렴” “재밌게 놀아” 등 저마다 준비한 따뜻한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란 장미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과 ‘변치 않는 우정’이다.
그렇게 환한 웃음과 장미꽃 세례를 받은 줄리아나는 노란 장미꽃을 손에 한가득 쥔 채 종종걸음으로 유치원 교실로 향했다. 몇몇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이를 지켜보기도 했다.
줄리아나는 “유치원 첫날인데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일부 영상은 포털사이트에서 노출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줄리아나는 2살 때 참전용사였던 아빠를 잃었다. 베테랑 해병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아빠 조슈아는 전역 후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마리코파카운티 경찰의 교도관으로 근무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2018년 조슈아는 자택에서 PTSD에 따른 이상 행동을 보였다. 경찰은 신고를 받아 출동했고, 그는 20분간 실랑이를 벌이며 총을 든 채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다 결국 총에 맞아 사망했다.
조슈아의 약혼자이자 줄리아나의 엄마인 매기 존스는 “그가 전쟁의 아픈 기억들과 함께 돌아왔다”며 “PTSD는 계속 심해졌고, 결국 비극이 발생했다”라고 회상했다.
매기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조슈아가 죽었을 때 여러 동료가 가족의 중요한 날에 함께 있어 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해줬다”며 “바로 줄리아나가 사회에 발걸음을 내딛는 최초의 순간을 함께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그는 “정말로 조슈아는 자신의 전부인 딸을 열렬히 사랑했었다”며 “나는 줄리아나에게 네 아빠는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덧붙였다.
마리코파카운티 경찰 측은 “우리는 줄리아나를 학교까지 에스코트해주며 그의 첫 등교를 어느 때보다도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줄리아나의 아빠는 이제는 우리 곁에 없지만, 유치원 등교처럼 줄리아나가 자신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때마다 우리의 지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