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미군 전투 임무 종료…9·11 이후 장기 교전 2개 종식

입력 2021-07-27 05:40 수정 2021-07-27 05:57

미국이 이라크 주둔 부대의 전투 임무를 올해 종료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연이은 탈중동 외교 정책 일환이다. 9·11 테러 이후 중동에서 벌인 2개의 장기 교전이 종식되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021년 말까지 이라크에 파견한 미군의 전투 임무를 종료하는 합의를 체결했다. 양 정상은 전략적 대화의 일환으로 이날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통신은 “8월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지막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과 함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휘하던 2개의 전쟁에서 미군 전투 임무가 종료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은 2003년 3월 이라크 지도자 사담 후세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혐의를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후 사담 후세인은 축출됐지만,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이라크에는 이슬람국가(IS)와 맞서기 위한 25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이날 전투 임무 종료 선언으로 미국의 역할은 이라크 군대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조언하는 ‘자문’ 역할로 바뀌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 관해 결정했던 것과 달리 전투 임무 종료로, 철군은 아니다.

AP는 “이라크에서 미군의 전투 역할은 없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미 이라크군 훈련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전환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임무에 필요한 만큼 (주둔군) 숫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잔류 병력 규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도 임무를 완수했다고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IS의 지속적 패배”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이나 사이버 공격 같은 위협에 보다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분명한 외교 방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NN도 “두 가지 결정(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이라크 주둔 부대 전투 임무 종료)은 20년 전에 내린 미국의 외교정책을 바꾸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을 보여준다”며 “그는 중국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을 언급하면서 “20년 전의 위협이 아니라 오늘의 위협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략 및 국제연구센터 안토니 코데스만 연구원(전 국방부 정보관)은 “미군 철수는 친이란 민병대와 이라크 내부의 긴장, 알 카디미 총리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군사 상황이 바뀌거나 향후 수개월 내 대규모 테러가 부활할 경우 미군이 신속하게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국제 백신 공유 프로그램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백신 50만 회 분량을 이라크에 제공하기로 했다. 또 10월 이라크 선거를 감시하는 유엔 사절단을 위해 520만 달러도 지원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