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집에서 아이를 구하지 못해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온 20대 엄마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26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25)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4월 화재가 난 집에서 12개월 된 아이를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저녁 무렵 안방 침대에 아이를 재워 놓고 작은 방에서 잠을 자던 A씨는 집에 불이 나자 안방 문을 열었다. A씨는 연기를 빼려고 현관문을 열고 다시 안방으로 갔지만 연기와 불길이 심해져 아이를 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안방 문과 아이 사이의 거리가 2m 정도로 가까웠는데도 A씨가 아이를 구조하지 않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쉽게 구조할 상황임에도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리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환기부터 하고 아이를 구하려 한 행동을 사후적으로 평가해 죄를 묻긴 어렵다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A씨가 아이를 유기·방임했다고 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봤다.
앞서 1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해자를 직접 데리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집 밖으로 나오면서 바로 119에 신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고를 하면서 아이가 안에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고 설명했었다.
이날 선고가 시작될 무렵부터 울던 A씨는 이후 법정을 나가서도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항소심 진행 중 열린 몇 번의 재판마다 눈물을 보였다. 피고인 신문 때는 “정말 일부러 구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해당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되는 도중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아동학대 관련 카페와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가 항소심 재판부에 수백통 접수되기도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