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근근히 버티던 이들에게 나오는 비범함에 반해”

입력 2021-07-26 17:45 수정 2021-07-26 18:12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주소말리아 대사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히어로가 홀로 헤쳐나가는 영화였다면 좋은 점수를 못 줬을 거예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의 주연 배우 김윤석(53)은 26일 열린 화상 인터뷰에서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가 맡은 한신성 주소말리아 대사만 해도 모자란 사람이다”라며 ”겁도 많고, 아첨도 하고, 능구렁이처럼 넘어가기도 하고, 후회도 하고 경박스럽기도 한 인간의 장단점이 결합한 사람이라 그런 사람들이 함께 탈출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에 휘말린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기를 그렸다. 탈냉전의 시대, 남북 UN 가입을 두고 아프리카 외교전을 그린 영화의 전반부는 긴장감이 돌기보다는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난다.

김윤석은 “머나먼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대사관 식구는 달랑 5명이다. 미국이나 영국 대사관도 아니고 무슨 힘이 있겠나”라며 “안기부 정보요원인 강대진 참사관(조인성)은 부하 직원이긴 하지만 굉장히 편한 사이는 아니다.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균형을 맞춰서 ‘좋게좋게’ 버티고자 하는 한 대사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주소말리아 대사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로 앙숙인 공관 직원 공수철 서기관(정만식)과 강 참사관은 사이에서 한 대사는 각자의 기분을 맞춰주며 갈등을 막는 역할을 자처한다. 김윤식은 “한 대사는 정의롭고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만식과 있을 때는 조인성을 욕하고, 조인성과 있을 때는 정만식을 욕한다. 근근이 버티던 사람에게 어느 순간 비범함이 나오는 게 정말 재밌었다. 제게는 흥미로운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내전으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은 모두 고립된 상황, 생존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념’은 지워졌다. 김윤석은 “전쟁통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데,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단체가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었다”라며 “림용수 북한 대사(허준호)가 “우리의 투쟁 목표는 생존이다”라고 말하는데 그 점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면서 “허준호 선배가 맡은 림용수 대사는 한 대사보다 먼저 소말리아에 터를 닦은 유능한 사람이다”라며 “그런 분을 만나서 어쩔 수 없이 대립하게 되는데,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지만 촬영장에서 허준호 선배는 언제나 웃으며 해맑게 바라보고 있다. 림용수 대사와 상당히 겹치는 모습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선 생존을 앞에 두고 뭉친 남북의 교류를 섬세하게 다뤘다. 북한 주소말리아 대사관 공관원들이 한국 대사관에 몸을 의탁했을 때 한 대사는 음식을 베풀지만, 북한 사람들은 혹시라도 독을 탔을까 봐 밥 한 숟갈 뜨지 못한다. 이때 한 대사는 림 대사와 밥이 담긴 그릇을 바꾸면서 “이제 됐죠”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밥상 위에 남북의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오간다. 겹쳐있는 깻잎 절임을 서로 떼어주는 손길이 주목받기도 한다.

후반부 소말리아 탈출을 위한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영화의 절정을 달린다.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이 힘을 합쳐 총알 세례를 피하고자 차량을 개조하고 위험한 시내를 달린다. 김윤석은 “차량이 91년도에 있을 법한 차량을 썼기 때문에 창문이 내려가면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런 고물차에 시트까지 터져서 스프링이 올라와 바지를 뚫기도 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김윤석은 또한 “여름 휴가 시즌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피서지는 극장인데, 그 극장을 비워둘 수 없었다”라며 “지금 화끈하고 시원한 여름이 아니라 답답한 여름인데 2시간만큼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모가디슈’는 26일 오후 5시 기준 예매율 33.3%(4만2883명)를 기록하며 3일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