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지역주의 비방전’이 당 지도부의 경고에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지사는 논란의 발단이 된 언론 인터뷰 녹음파일을 직접 공개하며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고 있느냐”고 몰아세웠고, 이 전 대표는 “그렇다면 인터뷰를 보도한 기자들이 바보란 말이냐”며 치받았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26일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놓고 또다시 격돌했다. 이 전 대표가 해당 발언을 재차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와 인터뷰를 한) 중앙일보를 보면 상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돼 있지 않나”라며 “저뿐만 아니라 당내에도 여러분, 또 다른 당에 소속된 정치인들도 똑같이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왜곡해 지역주의 공세를 편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백제 발언이 이 전 대표를 칭찬하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이 지사 측 주장에도 이 전 대표는 “기자들이 인터뷰하고 보도를 했다. 기자들이 바보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일축했다. 또 “백제를, 전국을, 하는 이런 식의 접근은 상식적인 반응이 아니다”라며 “어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확장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직접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자신은 지역감정을 조장할 의도가 없었고, 이 전 대표 측이 지역감정 자극의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느냐”라며 “이낙연 후보님 측 주장이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주장이 아니라 직접 들으시고 판단하십시오”라고 일갈했다.
이후 이 전 대표가 한발 물러섰다. 그는 광주 동구 일정을 소화하던 중 백제 발언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더는 대꾸하지 않겠다”며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바꿨다. 이어 “우리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며 “서로에게 상처 주는 그 어떤 운동도 자제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지사측의 공세는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끄집어내 공격에 고삐를 조였다. 이 지사측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가 올 초 지지율이 추락하자 사면론을 들고나오더니 이번에는 지지율이 더 이상 오르지 않자 지역주의를 꺼내 들었다”며 “살아남아 보려는 궁여지책이라면 최악, 최하수를 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애초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과열된 네거티브 공방에 우려를 표하며 백제발언 갈등 봉합에 나설 계획이었다. 송영길 대표까지 나서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당 지도부는 오는 28일 후보자 간 원팀 협약식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주자들 간 감정싸움은 이미 극한까지 치달은 상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