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휴대전화에 소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성착취물 제작자에 대해 대법원이 제작죄로 처벌받는 음란물에 대해 소지죄까지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 보내졌다.
A씨는 2019년 청소년 고민 상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여성 청소년인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성 관련 대화를 하도록 유도한 뒤, 대화 내용을 유포하겠다며 성 착취 사진과 영상을 보내도록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피해자들을 협박한 총 276개에 달하는 성 착취물을 받아 휴대전화에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음란물 제작 혐의와 함께 소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가 협박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해 보관하고 있던 것은 하나가 아닌 개별적인 범죄이므로 즉 실체적 경합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1심은 A씨가 협박을 통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소지한 혐의까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징역 7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신상정보 공개 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등을 선고했다.
A씨는 음란물 제작과 소지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므로 소지 행위까지 따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유통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소지 혐의는 제작과 구분해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한 자가 그 음란물을 소지하게 된 경우 음란물소지죄는 제작죄에 흡수된다”며 음란물 제작으로 소지까지 하게 된 경우 음란물제작 혐의로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제작 행위 외에 음란물 소지죄까지 물으려면 A씨가 제작·배포한 음란물 외에 다른 새로운 음란물을 소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제작에 수반된 소지 행위를 벗어나 사회통념상 새로운 소지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별도의 소지 행위를 개시했다면 제작죄와 별개의 소지죄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새로운 소지가 있었는지 살피지 않은 채 소지죄를 유죄로 인정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