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미술품 상속제 물납’ 없던 일, 여당 반대 왜

입력 2021-07-26 16:25 수정 2021-07-27 08:54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추진하려고 했던 ‘미술품 상속세 물납 허용’이 불발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당초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미술품 물납제는 미술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숙원 사업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국한해 상속세를 대신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그 대상에 미술품도 넣자는 게 골자다. 미술품 상속제 물납제도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남긴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촉발됐다.

그간 기재부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기재부는 지난 20일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브리핑에서 미술품 상속세 물납 허용 내용을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미술품 물납을 옛날엔 반대했는데 변경한 이유는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인 문화재를 국가적으로 관리·보존하고 일반 국민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술품, 문화재의 보존·활용 방안은 관계부처 간 지속 협의해왔고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통해 민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적용 시기를 2023년 1월 2일 이후 상속 개시분부터로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상속 개시일이 2020년 10월 25일부터기 때문에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적용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물납 미술품의 감정가액 산출 절차와 관련한 구상도 밝혔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개정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물납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 감정평가 가액 적절성을 재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흘 뒤인 지난 23일 공개된 세제개편안 상세 자료에는 정작 이 내용이 빠졌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당정 협의 과정에서 미술품 물납제도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여러 논의와 심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포함하지 않는 대신 국회에 세법개정안이 제출되면 함께 논의하기로 했고 필요하면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논의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당정 협의 과정에서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단 정부안에는 (해당 내용을) 담지 말고, 의원 입법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자는 공감대가 여당 기재위원 사이에 모아졌다”며 “국고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부터 필요하면 공청회를 열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국회에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관련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지난 4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에서 미술품 물납제가 공론화되고, 새로운 의원 입법안이 나올 경우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