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수소버스’ 가성비 낙제점…6년 임대료 10억

입력 2021-07-26 16:09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대에 '수소 성화'가 타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최초로 ‘수소 성화’를 선보인 일본이 수소 에너지 경쟁력을 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이 겉으로는 수소 경제를 외치지만 정작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망 국가라는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게 수소전기(FCEV)버스 대중화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부족한 인프라와 기술력 탓이다.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 보급률 1위인 한국도 미래 수소 경제를 낙관할 처지는 아니라고 경고한다. 수소전기차의 시장 수요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데다 환경 문제도 뒤따르고 있어서다.


26일 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시는 올림픽 개막을 맞아 공식 후원사인 토요타로부터 100대의 수소전기버스를 샀다. 도쿄를 찾은 세계인들에게 탄소 배출 ‘0(제로)’에 도전하는 일본의 친환경 수소 기술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올림픽이 열릴 때 도쿄 시내에는 수소전기차와 버스가 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FT는 일본이 수소로 ‘요란(razzmatazz)’을 부리지만 현실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토요타의 수소전기버스는 6년 임대에 90만 달러(10억3700만원)이 들어간다. 15년 임대에 22만 달러(2억5000만원)면 되는 디젤 버스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 정부는 수소전기버스 구매 시 첫 100대에 한해 임대료의 80%까지 지원했지만 민간에서는 유지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토요타 수소전기버스 소라의 모습. 토요타 제공

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이 수소전기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수소전기차를 가장 빨리 개발했던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소전기차 보급률에서 선두를 달리는 한국도 흡사한 처지라는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높은 공급 비용 대비 낮은 수명과 효율을 보인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발전소에서 저장소를 거쳐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손실률은 전기차의 경우 10~30%이지만 수소전기차는 복잡한 공정 탓에 손실률이 65~75%에 달한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수소전기승용차 보급률은 고작 1%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2021 넥쏘 모습. 현대차 제공

부족한 수소충전 인프라도 수소전기차 대중화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토요타에 따르면 부지 가격을 제외해도 수소 충전소 1기당 50억원이 들어간다.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충전소는 500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 안전 문제 탓에 주민 반발로 입지 선정도 어렵다.

친환경인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도 딜레마다.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 가성비 높은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수소 공급량의 8배가 넘게 발생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이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 수요도 저조하기 마련인데 정부가 무턱대고 수소 인프라 확대만 외치면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앞서나갔다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 모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