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크래프톤, 키워드는 ‘확장성’… 글로벌 기술 기업 꾀한다

입력 2021-07-26 16:00
게임사 크래프톤이 26일 온라인 기업공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배동근 CFO, 김창한 대표, 장병규 의장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의 기업 공개(IPO)를 앞두고 장병규 의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하겠다”고 공언했다. 장 의장은 “상장이라는 과정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토대로 성장하는 것인데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면서 “새로운 투자자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다음달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이에 앞선 2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장 의장은 “이제까지 글로벌 구성원들, 과거부터 함께 해왔던 다양한 투자자들, 이사회 모두 다양성과 전문성을 고려해서 함께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크래프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하기 위해 정말 노력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그런 노력을 더 배가하겠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해왔으나 근래엔 딥러닝과 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장병규 의장. 크래프톤 제공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장 의장은 “저는 스타트업 업계에 오래 있었는데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특히 크래프톤이 영위하는 게임, 엔터 사업은 이러한 예측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단기적으로 숫자에 대해 단정을 드리기 늘 어렵고 그런 관점에서 다소 보수적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업의 특성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길게 바라보면 글로벌하게 충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영진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해의 크래프톤은 내실을 갖추는 해”라면서 “인재 확보, 인재 경쟁력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기본급을 올린다든지 기존 인센티브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한 대표. 크래프톤 제공

또한 “인재가 직접 성장하고 지속 도전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하고, 올해 700명 규모 채용 계획 발표하고 계속 채용중이다”면서 “인재에 대한 투자, 성과에 대한 보상 등을 강화하고 끊임없이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회사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잘 키운 게임 IP 하나, 열 게임 안 부럽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2017년 개발했다. 이전에는 ‘테라’라는 게임을 개발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오픈월드 배틀로열 장르 게임으로 미국, 중국, 유럽, 아시아 등 대륙을 막론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시장에서 7500만장(PC, 콘솔 포함)을 팔며 역대 최다 판매된 PC 게임의 기록을 보유 중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10억 건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게임 인기 순위 최상위권을 꾸준히 마크 중이다. 국내 게임사 중에선 유일한 성적표다.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도 나온다. 연내 출시 예정인 ‘배틀그라운드: NEW STATE’는 펍지 스튜디오가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구글 플레이 기준)에서 사전 예약자 수 2500만 명을 넘겼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알파테스트를 무사히 진행했다.

크래프톤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손을 뻗었다. 콘텐츠 산업 내 IP 융복합 가속화에 발맞춰 새로운 전략으로 ‘배틀그라운드 세계관(펍지 유니버스)’을 조성한다. 펍지 유니버스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IP인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생존’을 테마로 한 배틀그라운드 스토리를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로 재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제작자 아디 샨카(Adi Shankar)를 영입해 펍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펍지 유니버스 세계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게임도 개발한다. 올해 출시 예정작인 배틀그라운드: NEW STATE를 포함해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 프로젝트명 ‘카우보이(COWBOY)’ 등이 펍지 유니버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활용하여 게임제작과 함께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시키는 등 새로운 글로벌 메가 IP 발굴에도 나선다.

딥러닝 분야에도 투자한다. 언어 모델, 오픈 도메인 대화, 음성 및 텍스트 변환, 캐릭터의 움직임 생성 등 4가지 기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궁극적으로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상 친구(Virtual Friend)’ 개발과 높은 몰입도의 콘텐츠 제작에 몰두할 예정이다.

김창한 대표는 “펍지라는 IP를 활용해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하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미디어 포맷으로 신규 및 기존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펍지’라는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 공개된 숏 필름, 다큐멘터리, 게임 업데이트 때마다 나오는 스토리 기반의 콘텐츠들뿐만 아니라 곧 웹툰도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다. 각 엔터테인먼트 포맷에 맞는 콘텐츠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우선의 목표다. 이를 통해 펍지 유니버스를 넓어지고, 깊어지고, 확장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음달 10일 상장… 국내 게임 대장주 예약

크래프톤의 이번 공모 금액은 최대 4.3조원(희망공모가 상단 기준)이다. 크래프톤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모를 통해 회사로 유입된 자금을 글로벌 콘텐츠 및 플랫폼 시장 내 인수합병과 투자, 글로벌 사업영역 확장, 원천 IP와 신규 게임 개발, AI 및 딥러닝 등 미래기술 강화를 위한 R&D 투자 등에 활용한다고 한다.

배동근 CFO는 “증권신고서에 작성한 것과 동일하게 이번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 중 70%는 글로벌 M&A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면서 “이미 상장 2년 전부터 전 세계 잠재력 있는 IP, 역량 있는 개발 스튜디오를 확보하기 위해 DB를 구축하고 그들과 교류하고 있다. 실제로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M&A가 조금 더 어려운 점이 많은데, 콘텐츠나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는 인수 후에 계속해서 같은 도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동근 CFO. 크래프톤 제공

그는 “열심히 검토했으나 자금이 부족했기도 하고,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니맥스 인수와 같은 글로벌 딜은 기본이 조단위이기도 하다. 그만큼 M&A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많이 고민하고 있고, IPO 마련 자금으로 글로벌 M&A를 추진할 예정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이 가지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IP, 그에 대한 글로벌 개발자들의 인정이 있기 때문에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총 공모주식 수는 865만4230주,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40만원~49만8000원이다. 투자기관 대상 수요 예측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이를 통해 확정된 최종 공모가를 기준으로 다음 달 2일과 3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대표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이며, 삼성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크래프톤은 2020년의 연결 기준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 당기순이익 55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6%,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5.4%, 99.5% 상승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4610억원, 영업이익 2272억원, 당기순이익 1940억원이다. ‘국내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5125억원)엔 못 미치지만 영업이익(567억원)은 4배 가까이 앞섰다. ‘3N’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넷마블과 비교해도 매출(5704억원)은 낮으나 영업이익(542억원)은 더 높았다.

크래프톤의 1분기 해외 매출은 4390억원으로 94% 이상의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면모를 톡톡히 보였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