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日 도전 뿌리친 남자양궁 “고지는 넘었고, 점령만 하면 된다”

입력 2021-07-26 15:59
김제덕(왼쪽)이 김우진과 주먹을 맞부딪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단체전 준결승 한일전에서 일본의 강력한 도전을 아슬아슬하게 뿌리친 한국 남자양궁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끝낸 탓인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상태였다. 일본을 상대로 슛오프까지 거친 끝에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의 10점 한 발이 일본의 화살보다 약 0.2㎜ 정도 중심에 가까워 따낸 신승이었다. 한국이 단체전 석권을 쉽게 이룰 수 있을 거란 전망이 가득했던 가운데 벌어진 일본의 반란이었다.

치열했던 승부 뒤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난 ‘맏형’ 오진혁(40·현대제철)은 승리의 공을 동생들에게 돌렸다. 그는 “동생들이 너무 잘했다. 결승전까지 긴장감 늦추지 않고 하겠다”며 짧은 소감을 밝혔다.

오진혁은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 이번이 9년 만의 올림픽이다. 불혹의 나이이기도 해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보다도 단체전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날 준결승까지 경기에서도 오진혁은 맏형으로서 동생들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큰 고비를 넘은 한국은 이제 단 한 경기만 더 이기면 금메달을 차지한다. 진지한 표정의 오진혁은 “고지는 넘어왔다. 이제 점령만 하면 된다”는 강렬한 한 마디를 남기고 믹스트존을 나섰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