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철수, 삼성은 미출시…중저가폰 선택지가 좁아졌다

입력 2021-07-26 15:52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폰 선택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저가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LG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했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제품 출시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월 공개한 갤럭시 A52, A72 등 중가 제품의 국내 출시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A72가 3월 17일 유럽을 시작으로 출시됐고, A52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낮은 일본 시장에서도 판매 중이지만 한국은 아직 출시 여부가 불확실하다. 원래 이통3사와 함께 상반기 중 출시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A52와 A72 출시를 조절하는 건 크게 2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반도체 공급 문제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 시장은 프리미엄 폰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중저가 시장이 활발한 외국 시장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저가폰을 낼 수 있는 업체가 삼성전자밖에 남지 않은 독특한 한국 시장 상황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저가 시장에서 존재감이 있었던 LG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경쟁에 대응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0% 안팎인데, 대부분이 중저가 시장에 집중돼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강해 샤오미 등이 중저가 시장에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쟁이 사라지는 건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1 판매를 늘리기 위해 A52, A72 출시 속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52, A72는 쿼드 카메라, 25W 초고속 충전, 마이크로SD 외장메모리 등을 갖춰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칫 S21과 A52, A72 사이에 ‘카니발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로선 하반기에는 노트 신제품이 없어서 S21 판매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라인업을 늘리는 것보다 S21에 집중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 S21 FE도 이런 이유로 한국 시장는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는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