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올림픽 정신 훼손했다…대사관 통해 사과”

입력 2021-07-26 15:32 수정 2021-07-26 15:47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 MBC 중계방송 캡처.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사용하는 등 해당 국가의 대형참사를 자료 사진으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박성제 MBC 사장이 2020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26일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MBC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난 주말은 MBC 사장 취임 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파악하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하겠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전사적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회견 도중 세 차례 허리 숙여 사과했다.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사용하고, 엘살바도르 소개 시에는 비트코인, 아이티 소개 시에는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는 등의 방송으로 물의를 빚었다.

MBC는 개회식 말미 아나운서를 통해 사과하고, 다음 날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에까지 해당 논란이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도 비판받았다.

또 전날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과 루마니아 간 경기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팀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노출해 논란이 격화됐다.

박 사장은 이번 논란이 ‘MBC 내부 데스킹 시스템에 의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MBC 조직 개편을 하면서 변화가 있긴 했으나 조직 개편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사나 계열사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올림픽 정신과 참가국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규범의 문제”라며 “1차적인 정밀 조사를 해서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저희가 실수를 범한 나라들의 대사관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며서 “다만 아이티 대사관은 국내에서 이미 철수했기 때문에 아직 사과말을 전달하지 못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외신들에게도 추후 사과문과 사과 영상을 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