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배주연(가명)씨는 최근 일기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고 집 밖으로도 거의 못 나가게 되면서 우울감도 커지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던 중 세줄일기 앱을 알게 되었다. 세줄일기에 속마음을 남기고 또래의 비슷한 고민이 담긴 일기를 보며 함께 위로와 응원을 나눴다. SNS에서 친구들의 행복한 게시물들을 보며 나만 왜 이럴까 상대적 박탈감으로 우울감이 심했는데, 이곳에서 일기를 통해 위로받고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자랑글이나 보여주기식 게시물이 넘치는 기존 SNS를 벗어나, 짧고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세줄일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줄일기는 콘텐츠 스타트업 윌림(대표 배준호)이 개발해 서비스 중인 일기에 SNS 기능을 더한 서비스로, 세 줄의 글과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하는 익명 기반 소셜 일기 앱이다.
2017년 론칭한 세줄일기는 현재까지 100만 가입자, 월 30만 명의 활성 사용자가 있다. 일기는 사적(私的)인 기록의 영역이지만 세줄일기를 통해 이용자는 일기를 익명으로 공개할 수 있다.
전체 350만 권 일기 중 70% 이상이 공개 일기이며 일기 속성상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속마음이나 고민, 위로가 담긴 감성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싱글맘,학생,공시생,성소수자,자영업자,직장인 등 직업이나 역할에 따라 일기책을 만들 수 있다. 서로의 일기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감글을 달고 일기책을 구독하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공감과 위로를 나눈다.
“솔직한 마음을 쏟아 내면, 익명의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한 사람만 있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세줄일기의 마음 커뮤니티 힘을 100만 유저들이 증명하고 있다”
배준호 대표는 ‘세줄일기로 인해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말을 유저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다며, 세줄일기 앱을 통해 사람들은 누구나 상담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세줄식탁은 2019년부터 앱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세줄일기의 오프라인 모임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통하던 이용자들을 오프라인으로 옮겨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 신청 경쟁률이 200대 1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10대,직장인,워킹맘 등 비슷한 공감대가 있는 10명 내외 이용자들이 식사하면서 직접 쓴 세줄일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참여자들이 자신의 일기를 소리내어 읽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 흘리는 경우도 많았다. 고객들로부터 세줄일기를 통해 마음 친구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민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커뮤니티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세줄일기는 전국 초중고 학급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청소년 우울증 예방을 위한 학급일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전국 500개 학급에서 참여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나의 온라인 일기장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서로의 일기를 보며 함께 위로와 응원을 나눈다. 앱으로 작성된 일기는 책으로 만들어 평생 간직할 수 있다.
“학급일기 덕분에 반아이들 속마음 알게 되었어요”, “일기 쓰면서 더 돈독하고 특별해졌어요” “자존감이 올라갔어요” 등 긍정적 피드백이 주를 이룬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마음 건강을 되찾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참여 규모를 확대해 세줄일기만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세줄일기는 올림푸스 한국과 함께 일기로 암을 치유하는 ‘고잉온 다이어리 캠페인’ 사회 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 암 경험자끼리 함께 주제(감사일기, 장점일기 등)에 따라 일기를 쓰고 서로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현재까지 경희대병원, 이대여성암병원, 국립암센터 등 6개 병원 125명 암환자가 참여했다.
참가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7% 이상이 ‘즐거웠다’라고 답변했다.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나 자신을 돌아본 계기’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무언가를 꾸준히 했다는 점’, ‘환우와의 관계 형성’ 측면에서도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앞으로도 국내 주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더 많은 암환자들이 일기로 암을 이겨내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계속 넓혀 나갈 예정이다.
세줄일기는 일기를 기반으로 이용자들 간의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 나간다. 일기를 통해 현재 내 상황이나 감정과 가장 밀접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매칭 기능 및 채팅/보이스 기능도 계획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세줄식탁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윌림 배준호 대표는 “기존의 소셜 서비스들이 오프라인 기반으로 친구 관계를 맺어줬다면, 세줄일기는 일기를 기반으로 솔직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일기 친구를 새롭게 정의하고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만국 공통의 과제”라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울증, 공황장애, 무기력 등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대면 접촉이 줄고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자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울증 및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디지털뉴스센터 이지현 el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