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란물 제작·소지 시 소지죄는 제작·배포죄에 흡수”

입력 2021-07-26 14:20

음란물을 제작자에게 별도로 음란물 소지죄까지 물으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죄를 별도로 처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 여성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고민 상담 애플리케이션에서 또래 남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A씨는 성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유도한 뒤, 상대방도 성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면 자신의 요구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얼굴 사진과 대화 내용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아동·청소년인 피해자 B씨와 C씨에게 가슴, 성기, 자위 사진 및 동영상 162개를 촬영하도록 지시하는 등 성적 학대 행위를 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하고, 이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음란물 제작·배포, 유사성행위, 음란물 소지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소지)죄가 사진 및 동영상 파일 162개에 대해 제작·배포 행위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며 A씨에게 징역 7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실체적 경합범이란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죄를 범한 경우를 뜻한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작과 소지가 수반되는 경우 소지행위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정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음란물 소지죄까지 물으려면 A씨가 제작·배포한 음란물 외에 다른 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음란물소지죄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처벌규정”이라며 “제작자가 이를 소지한 경우 소지죄는 제작·배포죄에 흡수된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