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상륙할 태풍이 호재? 韓양궁, 자신만만한 이유

입력 2021-07-26 11:36 수정 2021-07-26 12:55
안산, 강채영, 장민희로 꾸려진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이 지난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진행 중인 일본에 대형 태풍이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경기 일정이 바뀌는 등의 변수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하는 한국 양궁대표팀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여유로운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압도적인 실력을 보유한 덕분에 오히려 태풍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26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27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양궁 남녀 개인전 64강 경기 시작 시간은 정오로 조금 늦춰졌다. 8호 태풍 ‘네파르탁’이 수도권 북부와 도호쿠 지역에 접근할 거라는 일본 기상청의 예보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오전 경기 일정이 없었던 터라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큰 변수가 생긴 셈이다.

8호 태풍 '네파르탁'의 예상 이동 경로.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사실 일정 변경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태풍에 따른 강풍이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네타르탁의 최대 풍속은 초속 20m 수준이 될 것으로 예보된 상태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이런 악조건을 충분히 감안해 훈련을 벌여왔던 터라 큰 고민이 없는 모양새다. 오히려 준비가 잘 되지 않은 타국 선수들이 강풍에 영향을 받아 흔들릴 수 있어 실력 차이가 크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강풍을 이겨내는 특별훈련을 소화 중인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 대한양궁협회 제공

우리 양궁대표팀은 각종 변수까지 반영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강풍을 이겨내는 특별훈련을 소화했다. 강한 바닷바람이 불거나 짙은 안개가 끼는 변화무쌍한 기상 환경에도 이미 적응을 마친 것이다.

또한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진천선수촌에 올림픽경기장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처럼 양궁장 내부의 깃발과 배경까지 비슷하게 꾸민 세트 훈련장을 만들어 훈련하기도 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이 특별훈련을 실시했던 지난 5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거센 바람이 불고 안개가 가득 낀 모습. 대한양궁협회 제공

역대 한국 양궁대표팀은 여러 종류의 이색훈련으로 세계 최강의 위치를 지켜왔다. 강풍기를 틀어놓고 활을 쏘는 훈련은 이제 기본이 됐다. 땅이 흔들리는 상황을 재현해 훈련하는가 하면 소음 적응을 위해 야구장에서 활시위를 당기기도 했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 양궁대표팀은 4종목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했다. 당시 남녀 단체전 경기가 열릴 때도 리우올림픽 경기장에는 강한 모래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러나 남녀 대표팀 모두 큰 흔들림 없이 경기를 소화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4일과 25일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이틀 연속 금맥을 캐며 정상에 올랐다. 남자단체전에 이어 남녀 개인전까지 총 5개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