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1차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코트 안에는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경기 내내 점프하고 엎어져야 하는 배구 경기 내내 마스크를 쓴 채였기 때문이다.
배번 8번의 이 선수는 바로 브라질의 세터 마크리스 카네이로(브라질 미나스). 마스크를 쓴 채로도 세트 당 8.67개의 세트를 성공시켰다(염혜선 6.67개).
그런데 카네이로가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건 도쿄올림픽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그는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뛰었다. 웜업존이 아닌 코트에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 게 아니었음에도, 그는 꿋꿋이 마스크를 쓰고 코트를 누볐다.
카네이로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달 국제배구연맹(FIVB)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와 주변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더 안전하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다”며 “전염병이 유행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하는 데에도 딱히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카네이로의 주관에 브라질 팀 동료들까지 동의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레프트 나탈리아 페레이라(디나모 모스크바)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질문에 “VNL에서도 그랬지만 (벤치에서)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경기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주최측에서 규칙이라고 정하면 선수는 따라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벤치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에는 적응한 상태지만, 코트에서 경기할 때 (쓰는 건) 당연히 안 좋다”며 “우리 팀에 경기 중 마스크를 쓰는 걸 좋아하는 세터 선수도 있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숨이 잘 안 쉬어져서 싫어한다”고 귀띔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