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대훈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입력 2021-07-25 22:31
이대훈이 25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 이하급 동메달 결정전을 끝낸 뒤 눈을 감고 있다. 지바=김지훈 기자

“열심히 했던 선수로, 좋은 성적을 냈던 시절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한국 남자 태권도의 2010년대를 지탱했던 이대훈(29)이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국가대표로는 물론 선수 인생을 끝내겠다던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이 연기된 올림픽을 소득 없이 끝냈지만,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퇴장했다.

이대훈은 25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 이하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슈아이에게 15대 17로 분패했다. 이 경기를 펼친 6분은 이대훈의 선수 인생에서 마지막 순간이었다. 세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도 꿈에 그렸던 금메달을 손에 넣지 못했다. 이대훈의 올림픽 성적은 2012년 영국 런던 대회 은메달,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동메달이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찾아온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던 순간이 흐릿하지만 선수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으로 기억난다”며 “다시 10년쯤 지나면 도쿄올림픽을 그런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 1년 연기되지 않았으면 지금보다 경기 감각에서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오래 생각해온 대로 선수에서 물러나겠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훈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공부 등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고 했다.

올림피언으로서도, 선수로서도 마지막이지만 이대훈은 도쿄올림픽에 2명 더 남은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들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그는 “내가 가장 믿는 선수들이 출전을 앞두고 있다. 금메달, 혹은 어떤 메달을 얻든 그들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태권도는 오는 27일 같은 장소에서 여자 57kg 이상급의 이다빈, 남자 80kg 이상급의 인교돈의 출전으로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