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마타도어 대선, 유감

입력 2021-07-25 20:02

‘마타도어(Matador)’는 투우경기에서 유래한다. 붉은 천을 휘두르는 투우사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흥분한 황소의 등에 여러 개의 창을 꽂는다. 마지막으로 예리한 칼날이 황소의 정수리를 찌르면 사납던 소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마지막에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 그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따도르(Matador)’에서 유래된 단어가 ‘마타도어’다.

요즘은 근거도 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해 상대방을 중상모략하는 흑색선전을 말한다. ‘카더라 통신’을 타고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마타도어는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소를 유인하던 투우사의 날카로운 칼날이 소의 정수리를 찌르듯이 말이다.

마타도어는 전쟁에서 유용한 전술이 되기도 한다. 적국의 국민이나 군인의 전의(戰意)를 상실시키거나 사기를 저하시킨다. 정부나 군대를 불신하게 만들어 국민과 정부, 군대와 국민 간을 이간시킨다. 종국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한다.

따라서 선거를 ‘전쟁’으로 생각하는 후보에게 마타도어는 유용한 전술이다. 한번 마타도어에 걸린 상대방은 이를 해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해명이 끝나고 나면 이미 선거는 끝나 있다. 이런 이유로 주로 열세에 있는 후보가 마타도어를 사용한다. 이게 통해서 종종 전세를 역전시키기도 한다.

전쟁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는 게 ‘선(善)’이다. 패배하고 나서 아무리 아름다운 명분을 내세운들 비웃음만 살 뿐이다. 그러나 선거가 ‘전쟁’인가?

선거에서 사람들은 대표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치 ‘전쟁’을 하듯. 아니 공공연히 전쟁에 비유한다. 그들은 마타도어를 선거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술일 뿐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이 쟁취하고자 하는 권한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자에게 일부 권한을 잠시 위탁하여 일정 기간 동안 주권자를 위해 봉사하게 하는 행위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거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누가 잘 봉사할 수 있는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내가 쟤보다 국민을 위해 더 봉사할 수 있어. 국민이 편안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러이러한 것은 꼭 할테니 나를 한번 믿어봐’라고 호소해야지, ‘쟤는 여자 문제가 복잡하고 재산도 부정하게 취득했다고 누가 그러더라. 그리고 쟤는 병역비리로 군대도 안 갔대. 그러니 쟤를 찍으면 안 돼. 저런 후보를 대표로 만들면 안 되잖아. 저런 후보를 찍으면 되겠어? 그러니 나를 찍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바야흐로 대선 시즌이다. 각 정당들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돌입했다.

마타도어 없는 대선이 보고싶다. 주권자인 국민이 찍을 사람이 없어 억지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 마타도어로 선택된 대표자가 주권자 위에 군림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